김재현(28, SK)은 SK 관계자들이 모두 인정할 정도로 성격이 좋다. 워낙 구김이 없는 성격이라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팀의 분위기메이커이기도 하다. 그런 김재현은 지난 1일부터 진행된 SK의 가고시마 특별캠프에서 감투를 썼다. 바로 임시 주장이다.
임시 주장이기는 하지만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캠프라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이번 캠프 합류를 자청한 선배들, 그리고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어린 선수들의 사이에서 가교 임무를 해야 했다. 때로는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선수단의 사정을 설명하고 건의하는 위치이기도 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만족감은 100%다. “이번 캠프에서 김재현이 고생을 많이 했다.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라는 평가가 술술 나온다. 김용희 감독도 "재현이가 캠프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제 주장직을 내려놓는 김재현도 어깨에 큰 부담을 덜은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 김재현은 26일 캠프 훈련 일정이 모두 끝난 뒤 “무엇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 한 달간이나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부상 없이 캠프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신 뒤 “모두가 긴장해서 집중력 있게 훈련을 한 만큼 서로가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으로서 돌아보는 캠프 총평을 남겼다.

일반 선수로서 바라보는 캠프와 주장으로서 바라보는 캠프가 같을 수는 없다. 한 달간의 임시 주장 임무를 끝낸 김재현도 한층 보는 시야가 넓어진 모습이었다. 김재현은 “같이 고생한 만큼 이번 특별캠프 멤버들의 이름이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많이 오르면 좋을 것 같다”라고 웃어보였다. 물론 그 가운데는 자신의 이름을 넣겠다는 의지까지 숨기지는 못한다. 더 이상 만년 유망주, 조연 신세는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이번 캠프를 알차게 보냈다.
김재현은 “아마 연속 캠프 참가 횟수로만 보면 이번 명단 중 내가 가장 많을 것이다. 코치님까지 통틀어도 정경배 코치님 정도”라고 농담을 던진다. 그만큼 SK가 꾸준하게 기대를 건 자원이었다. 빠른 발에 좋은 수비력까지 갖춰 활용도가 높았다. 다만 타격에서 문제가 드러나 좀처럼 두꺼운 SK의 외야진을 돌파해내지 못했다. 김재현도 지금까지는 자신에게 한계가 있었음을 겸손하게 인정한다. 그래서 내년이 중요하다. 내년까지 기회를 놓친다면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의 경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재현은 이번 캠프를 남다른 각오로 보냈다. 신경 쓸 것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역시 타격이었다. 슬럼프에 빠져 올 시즌 유독 파울이 많았던 김재현은 타격폼과 매커니즘 수정을 통해 타구를 좀 더 우측으로 보내려는 시도를 했다. 워낙 발이 빠른 선수라 조금만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쳐도 쉽게 내야안타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다.
이제는 조연 신세를 벗고 싶은 김재현이다. 그리고 김용희 감독도 그런 김재현의 노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뛰는 야구를 신봉하는 김용희 감독은 올해 주축 선수들의 타격감과 기동력 저하로 자신이 원하는 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김 감독은 “외야에서는 김재현 이진석의 성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이들이 1군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순간이 온다면 적극 중용해 뛰는 야구의 첨병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분명 기회는 아직 살아있다. 그 기회를 잡는다면, 임시 주장이 아닌 진짜 분위기 메이커로 1군에서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다. 김재현은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