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같은 남자’ 이상민(43) 감독이 ‘만수’ 유재학(52) 감독의 수를 보지 못했다.
서울 삼성은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울산 모비스에게 82-93으로 패했다. 삼성은 모비스에게 내리 23연패를 당하며 kt, 동부와 함께 공동 5위로 내려앉았다.
최근 삼성이 모비스를 이긴 것은 1416일 전인 2012년 1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승현(8점, 7어시스트)이 이승준(26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 아이라 클라크(29점, 10리바운드) 두 종마를 지휘하고 88-81로 이겼다. 삼성에 아직도 남아있는 선수는 이시준 뿐이다.

유재학 감독과 이상민 감독은 사제지간이다. 유재학 감독은 모교 연세대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 이상민은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한국농구 포인트가드 계보 역시 유재학에서 강동희를 거쳐 이상민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감독은 “유재학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감독경력에서도 둘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통산 520승으로 역대 1위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2년 차를 맞은 이상민 감독은 22승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 시즌 최하위를 할 때 거뒀던 11승을 22경기 만에 달성한 점은 고무적이다. 이상민 감독이 프로감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스승’ 유재학 감독을 반드시 꺾어 연패를 잘라야 했다.
시즌이 열리기 전 미디어데이서 이상민 감독은 “올 시즌 모비스는 꼭 한 번 이겨보고 싶다. 내가 코치 시절부터 감독이 된 이후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갈았다. 유 감독은 “나도 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삼성에게는 너무 많이 이겨서 미안하다. 꼭 삼성이 우리를 한번 이겼으면 좋겠다. 이상민 감독 파이팅”이라고 화답했다.
경기 전 유재학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삼성이 이길 때도 됐다. 심리전은 아니었다. 이상민 감독이 날 이겨주길 하는 바람에서 한 말이었다. 올 시즌 잘하라는 의미”라고 빌었다. 확실히 지난 시즌고 비교해 삼성의 선수층은 좋아졌다. 하지만 특유의 끈끈함을 갖춘 모비스는 쉽게 승리를 내줄 생각이 없었다.
이상민 감독은 모비스의 핵 양동근을 막기 위해 초반 이동엽을 붙였다. 하지만 양동근은 보란 듯이 5득점을 올려 수비를 깼다. 3쿼터에는 론 하워드가 양동근의 상대로 나섰다. 하워드는 공격에서 나름 기여를 했지만, 양동근은 모비스 팀 전체의 사기를 올렸다. 4쿼터 시작 후 양동근이 9득점을 폭발시키며 모비스가 10점을 앞서나갔다. 이상민 감독은 양동근을 저지할 수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상민 감독은 이번에도 스승을 넘지 못했다. 양동근은 시즌 최다 28점을 올렸다. 삼성은 코트 위에서 유재학 감독의 작전을 120% 완수하는 '분신' 양동근에게 당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체=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