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라틀리프(26, 삼성)와 문태영(37, 삼성)은 없었다. 그러나 ‘만수’ 유재학(52)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울 삼성은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울산 모비스에게 82-93으로 패했다. 삼성은 모비스에게 내리 23연패를 당하며 kt, 동부와 함께 공동 5위로 내려앉았다.
단순한 1패 이상의 큰 충격이다. 삼성은 모비스에게 무려 23연패를 당했다. 최근 승리는 2012년 1월 10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상민 감독이 미국에서 연수를 하며 코치를 맡기도 전이다. 당시 뛰던 선수 중 이시준 밖에 남아있지 않다.

기나긴 사실을 끊기 위해 삼성은 비시즌 절치부심했다. 모비스 3연패의 주역인 문태영과 라틀리프를 영입했다. 모비스가 자랑하던 절대높이를 삼성이 갖추게 됐다. 문태영이 국가대표로 빠진 1라운드 맞대결서 라틀리프는 32점, 14리바운드로 분전했다. 하지만 삼성은 82-83으로 아쉽게 패했다.
문태영이 가세한 2라운드도 모비스의 승리였다. 문태영(19점, 7리바운드)과 라틀리프(20점, 12리바운드)가 39점, 19리바운드를 합작했으나 김준일이 4점에 그쳤다. 세 선수의 공존문제를 풀지 못하면 삼성이 모비스를 이기기 어려웠다.
경기 전 만난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이상민 감독에게 훈수를 뒀다. 유 감독은 “나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을 데려왔을 때 함지훈과 엉켰다. 패턴으로 풀어야 한다. 3년을 하다 보니 잘 맞더라. 삼성의 고민이 이해가 간다. 풀어가는 과정이다. 나중에 무서워질 것”이라며 라틀리프와 문태영의 위력을 인정했다.
유 감독은 “문태영이 뛰는 포지션에서 우리가 밀린다. 송창용도 없어 190cm대 포워드가 천대현 하나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양동근이라도 임동섭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틀리프는 1쿼터부터 10득점을 쏟아내며 펄펄 날았다. 아이라 클라크도 어느 정도 득점으로 견제를 했지만 라틀리프를 막기는 벅찼다. 왕성한 기동력으로 속공까지 뛰는 라틀리프는 계속 골밑슛을 꽂았다. 라틀리프는 2쿼터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계속 득점했다. 전반에만 16점을 쏟은 라틀리프의 활약에도 삼성은 2쿼터 중반까지 32-30으로 근소하게 앞섰다.

경기는 양동근이 지배했다. 양동근은 4쿼터 9득점을 뽑아내는 등 시즌 최다 28점, 7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함지훈은 14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3스틸, 1블록슛으로 뒤를 받쳤다. 두 축이 건재한 모비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후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 함지훈의 역할이 크다. 우리는 외국선수가 주가 아니라 보조였다. 나머지 국내선수는 수비전문선수나 오픈되면 넣어주는 역할이다. 각자 그런 역할이 잘 맞아서 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동근과 함지훈이 건재하기에 라틀리프와 문태영의 공백은 메울 수 있다는 뜻이다.
모비스의 약점은 주전들의 체력부담을 덜어줄 벤치멤버의 부족이다. 양동근과 함지훈 보다 출전시간이 많이 팀내 의존도가 높다. 유 감독은 “벤치멤버가 부족한 것이 가장 약점이다. 체력적인 부분으로 양동근과 함지훈에게 문제가 한 번 올 것 같다. 그래도 끝에 갈수록 (양)동근이는 체력이 더 올라간다. 플레이오프에 가면 더 잘한다. 위기가 와 닿은 적은 없다”고 했다.
팬들의 우려와 달리 양동근도 지금까지 체력이 괜찮다. 그는 “비시즌에 오히려 운동량이 더 적기 때문에 (감독님의 말이) 맞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양동근과 함지훈이 건재한 가운데 모비스는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체=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