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김현수(27)의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린다.
두산은 지난 28일까지였던 FA 선수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에 팀 내 FA 3명(김현수, 오재원, 고영민)과 계약하지 못했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김현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오재원과 계약이 불가능했던 두산은 고영민과의 협상을 느긋하게 진행했고, 결국 셋 모두 시장에 나왔다.
김현수와 합의하지 못한 것은 그의 해외 진출 의사가 컸기 때문이다. 프리미어12를 마치고 돌아올 때 "국내 다른 팀으로는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직접 말할 만큼 두산에 대한 애정은 있으나, 해외로 떠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우선협상 기간이 끝나 걸림돌이 사라졌으니 김현수의 에이전트도 곧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구단은 김현수의 해외진출을 도울 방침이다. 두산은 지난 28일에 "27일 서울 시내에서 김현수를 만나 FA 계약 등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구단은 김현수가 해외진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잘 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해외진출 추진 중의 진행사항을 구단과 지속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룡 단장 역시 "(김승영) 사장님께서도 '본인 뜻을 존중하고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구단이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 선수가 잘 되는 일이라면 구단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하셨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도 서로 연락하기로 했다"며 일치하는 설명을 덧붙였다.
두산은 김현수의 자리를 비워둔 채 외부 FA 영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외부 영입은 고려하지 않고 현수를 기다릴 것이다"라는 것이 김 단장의 설명. 만약 김현수가 해외 구단과 계약할 경우 준비해둔 자금으로 다른 선수를 데려와 전력 보강을 할 것인지 묻자 김 단장은 "상황을 봐야 한다"고 신중히 말했다. 그 시점에 어떤 선수가 남아 있을지가 중요하고, 앞으로도 매년 내부 FA가 쏟아져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돈을 쓰겠다고 지금 미리 못을 박아둘 필요는 없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성공 이후 KBO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러한 상황에 김현수와의 계약을 고집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두산도 잘 알고 있다. 떠나보내더라도 아름답게 보내겠다는 것이 구단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