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드라이브’ SK, 외부 FA도 신중 모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29 10: 15

‘집토끼’ 단속에 실패한 SK가 외부 FA 시장에 뛰어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불분명하다. 두 가지 이유다. 외부 FA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간의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SK는 28일 프리에이전트(FA)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 소속 선수 6명 중 2명만 계약에 성공했다. 박정권과 4년 총액 30억 원에, 채병룡과 3년(2+1년) 총액 10억5000만 원에 계약한 것이 전부다. 반대로 시장 불펜 최대어였던 정우람, 포수 최대어 정상호, 전천후 불펜 요원인 윤길현, 그리고 베테랑 외야수 박재상과의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전력 마이너스는 불가피해졌다.
SK는 이번 FA 시장에서 ‘합리적 투자’를 공언했다. “잡을 선수들은 다 잡는다”라고 달려들었던 지난해 FA 시장의 기조와는 달랐다. 결국 올해 FA 시장에서는 지나친 오버페이가 없었으며, 계속되는 협상 속에서도 구단 제시액을 올리지 않았다. 이렇게 원칙은 지켰지만 선수를 잃은 공백은 당장 아플 수 있다. 특히 정우람 정상호 윤길현의 경우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이에 SK가 외부 FA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FA 시장에서 단 40억5000만 원만을 쓴 SK는 예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급 FA 1명은 잡을 수 있는 예산은 있다”라는 것에 대해 구단 관계자들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직은 신중한 상황이다. 두 가지 이유다. 육성 기조로 흘러가는 현재 팀 운영, 그리고 외부 FA의 기본적인 상황이다.
SK는 약 3년 전부터 육성을 팀의 모토로 내걸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 고비용 FA 영입보다는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키워 지속 성장이 가능한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에 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더 장기적으로 팀을 바라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FA에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은 구단의 기본 노선이 아니다. 내부 FA의 경우는 그간 선수들의 팀 공헌도나 현 시점에서의 전력 구성과 관계가 있어 다소 금액을 높게 부른 선수도 있다. 반대로 외부 FA는 기본적으로 경쟁이 붙어 가격이 세고, 보상금에 20인 보호선수 외 1명도 내줘야 하는 등 출혈이 크다.
이 출혈을 감수하려면 팀의 부족한 곳에 획기적인 전력 보강이 되는 매물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에 그런 매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SK를 주저하게 하고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을 보면 그런 SK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다.
중앙 내야(유격수, 2루수)의 경우 이미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를 영입해 한 자리를 메웠다. 남은 한 자리는 주전 유격수(김성현), 베테랑 내야수(이대수 나주환), 그리고 SK가 적극 육성하는 신진급 내야수(박계현 유서준 최정민 등)들이 많다. 중앙 내야수를 영입하는 것은 최근 팀 기조에 가장 크게 어긋난다. 애써 상승세를 만들어놓은 유망주들을 다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루에는 박정권이 계약했고 한동민이 내년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외야도 자원이 없지는 않다. 유한준의 실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점이 걸린다. 이명기 김강민 정의윤에 조동화 김재현 등 백업도 괜찮은 편으로 유한준이 그렇게 급한 형편은 아니다. 공격력 강화의 최고 카드인 박석민을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3루에는 이미 간판스타 최정이 있다. 설사 박석민을 영입할 수 있다고 해도 한 선수를 지명타자로 돌리기에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최정의 상징성도 생각해야 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유력한 자원은 정우람 윤길현이 빠져 나간 불펜의 손승락이다. 그러나 SK는 최근 “불펜투수는 키워서 쓴다”라는 기조를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손승락도 내년에는 만 34세가 된다. 한편으로는 이런 FA 시장의 특급 선수들이 다른 팀들과 이미 연계되어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SK가 영입하고 싶어도 영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협상이 이제 막 끝나 외부 FA를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면서도 “꼭 필요한 선수가 유동적인 상황이라면 모를까, 시장 상황을 봤을 때 관망세를 유지할 것 같다”라고 일단 한걸음 물러섰다. 외부 FA 영입보다는 오히려 3~4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보상선수를 현명하게 잘 지명하는 것이 SK의 첫 번째 과제로 떠오른 모양새다. SK는 유망주와 즉시 전력감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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