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의 존재는 베테랑 내야수 이범호(34)가 KIA 타이거즈에 잔류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이었다.
KIA는 지난 28일 FA 자격을 얻은 이범호와 계약기간 4년(3+1), 계약금 10억원, 연봉 6억5000만원 등 총액 36억원의 조건으로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과 이범호는 당초 잔류로 가닥을 잡고 협상에 돌입했다. 결국 세부적인 의견 차이를 좁히면서 원 소속구단 우선 협상 기간 마지막 날 도장을 찍었다.
이범호는 지난 2000년 한화에서 데뷔해 10시즌을 뛰었지만, 일본 무대 도전 이후 2011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통해 KIA로 팀을 옮겼다. 지난 2014시즌부터는 주장을 맡으며 중심타선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 역시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 28홈런 79타점 60득점으로 좋은 활약. 팀 타선이 전체적으로 고전했으나 이범호는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때려내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결국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재취득했고, 원 소속구단 우선 협상 기간에 계약했다. 이범호는 물론이고 김기태 감독 역시 “이범호의 성적을 낼만한 선수도 어디서 데려오기는 쉽지는 않다. 팀에게는 필요한 선수다”라고 말하며 잔류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무난하게 양 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아울러 평소 선수들을 ‘형님 리더십’으로 이끄는 김 감독의 존재도 한몫했다.
이범호는 FA 계약 이후 “여러 가지로 감독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감독님과 함께 했던 시간이 감사했고 이렇게 잔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코치 분들도 연락들을 주셔서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다.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어떤 것인가를 찾아보는 계기가 됐다. 돈보다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가치가 있을 것 같아 잔류를 결정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금액도 중요했지만 평소 코칭스태프와의 끈끈한 관계가 계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 이후 베테랑을 확실히 예우해줬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까지 적극적인 소통으로 사로잡으며 팀을 하나로 만드는데 성공.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펼치기도 했다. 이범호는 주장으로서 제 몫을 다 하며 김 감독을 도왔다. 그리고 한 시즌 만에 두터워진 신뢰가 이범호의 잔류를 도왔다.
이범호 역시 돈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택하는 통 큰 면모를 보였다. “다른 팀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적정 수준에서 도장을 찍었다. 결국 이범호는 이 계약으로 KIA와 최소 3년을 더 함께 하며 진정한 KIA맨으로 자리 잡았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