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갈 곳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 프리에이전트(FA) 외부 영입 1호 계약이 나온 가운데 나머지 대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미 계약이 마무리된 대어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야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22명의 선수 중 11명이 원소속구단에 잔류한 이번 FA 시장은 29일 오전 정상호가 LG와 4년 총액 32억 원에 계약하며 본격적인 외부 쟁탈전도 막을 올렸다. 현재 외부 FA 시장에는 불펜 빅3로 불리는 정우람 손승락 윤길현이 나와 있고 야수 최대어로는 박석민 유한준이 뽑힌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김현수, 기초군사훈련 관계상 FA 협상 진행이 어려운 오재원을 빼도 이제 8명이 시장에 남아있다.
야구계에서는 이미 “우선협상기간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이미 3~4년 전부터 이에 대한 실효는 끝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급 선수들의 경우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언질을 받고 나오며, 이 언질이 구단과의 우선협상에서도 기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3년간 사례를 보면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뒤 타 팀과 곧바로 계약서에 사인하는 선수들이 적잖았다. 이 경우는 이미 사전에 계약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타이밍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수도권의 A투수는 이미 지방 B구단과 계약이 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오고 있다. 대다수 구단 관계자들의 생각이 일치한다. C투수는 지방 D구단과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다. 한 관계자는 “최소 2명의 선수는 이미 계약이 끝났다”라고 귀띔했다. 발표 시점이 관건이라는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그간 몇몇 선수들이 너무 빨리 계약을 발표해 사전협상의혹을 받았다. 속도조절은 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근 대형 FA 선수들 뒤를 봐주는 에이전트 제도가 활성화됨에 따라 이런 사전 협상이 더 용이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선수들이야 주위의 시선상 움직이기 어렵지만 음지에서 뛰는 에이전트들은 타 구단과 사전 협상을 하기 용이하다. KBO는 현재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대형 계약이 가능한 선수들은 대부분 에이전트를 두고 있다.
이에 우선협상제도 폐지를 비롯, FA 시장의 전면적인 개혁을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구단 단장 회의에서도 몇 차례 안건으로 논의됐으나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매년 흐지부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상황을 본 구단들의 전체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연말 단장 회의 때 협상 기간은 물론, 제도의 전반적 개선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