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천명한 LG, 33세 정상호 영입한 이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11.30 06: 14

어찌 보면 넌센스다. 불과 이틀 전 팀의 중심을 잡고 있던 베테랑을 2차 드래프트로 보낸 뒤 33세 선수를 FA로 영입했다. 리빌딩의 방아쇠를 당기는 듯했는데, 곧바로 반대행보다. LG 트윈스의 정상호(33) 영입에는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 것일까?
LG는 지난 29일 FA 정상호와 4년 총액 32억원(옵션 2억원 포함)에 계약했다. 이로써 LG는 2012년 겨울 정현욱 이후 3년 만에 외부 FA를 영입, 마침내 FA 시장에서 굵직한 모습을 보였다. LG는 정상호 영입을 두고 “지난 시즌 취약포지션으로 지적됐던 포수 자원을 보강하게 되어 내년 시즌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LG 구단의 이야기대로 포수 자원을 보강하게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LG는 2015시즌 만 23세의 유강남이 도약, 10개 구단 최연소 주전포수를 얻은 바 있다. 유강남은 상무 전역 후 첫 시즌에서 126경기를 소화, 처음으로 1군 무대 풀타임을 뛰었다. 수비와 타격 모두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LG는 마침내 앞으로 15년을 맡길 수 있는 포수를 얻은 듯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유강남은 2015시즌 도루저지율 1할9푼4리를 기록, LG 배터리는 상대에게 무주공산으로 도루를 허용했다. 10개 구단 주전포수 중 세 번째로 많은 도루를 허용(87개)했고, 가장 많은 가장 높은 도루시도 퍼센티지(10.3%)를 남겼다. 
프로무대는 냉정하다. 상대는 주저 없이 약점을 공략한다. 시즌 내내 LG 투수들은 도루 허용에 각별히 신경 써야했고, 도루를 감안한 볼배합 펼치기도 했다. 역으로 상대는 주자 출루시 LG 투수의 바깥쪽 빠른 공에 초점을 맞추고 안타를 날렸다. 물론 유강남의 나이를 감안하면 도루저지는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 상무 입대 전 유강남의 최대장점이 강한 어깨를 동반한 2루 송구였음을 돌아보면 더 그렇다. 
그러나 유강남은 상무 시절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다.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으나, 수술 전보다 송구에서 애를 먹고 있다. 유강남은 최근 마무리캠프에서 2루 송구 연습에 매진했는데, 코칭스태프는 유강남이 예전의 강한 송구를 하기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LG가 2차 드래프트에서 수비형 포수 윤여운(25)을 지명했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다. 
LG 운영팀 관계자는 “강남이가 올 시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맞다. 하지만 도루 저지에서 고전했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는 포수 쪽에 보강이 필요하다고 봤다. 강남이와 (최)경철이 둘로 포수진을 꾸리고 있는데, 포수 포지션의 특징상 언제 부상이 발생할지 모른다. (조)윤준이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겨울 포수 보강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상호는 올 시즌 도루저지율 3할1푼2리를 마크, 10개 구단 주전포수 중 삼성 이지영(도루 저지율 0.397)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찍었다.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밟기 시작한 2007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9년 동안 도루저지율이 3할4푼5리에 달한다. 수비 역시 수준급이고, 장타력도 갖췄다. LG는 최대약점이었던 도루 허용을 정상호 영입으로 보강한 것이다.
LG는 정상호와 유강남의 공존을 바라보고 있다. 정상호를 영입했다고 유강남의 성장을 포기한 게 아니다. 일주일 6경기 중 정상호가 3·4경기, 유강남이 2·3경기 출장하는 식으로 포수진을 꾸릴 계획이다. 정상호 또한 관리가 필요한 포수인 만큼, 부담을 덜고, 유강남의 성장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유강남은 “정상호 선배님은 평소에 존경했던 포수 선배님이시다. 정상호 선배님의 장점을 열심히 배워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이야기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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