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완장을 찬 지소연(24, 첼시 레이디스)의 첫 경기는 아쉽게 패배로 끝났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29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 호주와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비록 패했지만 윤덕여 감독은 호주와의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 최종예선전에 대비하고, 신예들을 시험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소연이 뛰지 않았던 지난 8월 우한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은 결승전에서 북한에 0-2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민아라는 스타를 발굴한 의미 있는 대회였다. 지소연의 자리에서 뛴 이민아는 플레이메이커로 오밀조밀 영리한 모습을 보여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에이스 지소연이 돌아오면서 이민아와 포지션이 겹친다는 것. 윤덕여 감독은 호주전에서 이민아에게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부여했다. 이민아는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왕성한 활동량을 보였다. 하지만 공수의 큰 흐름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한국은 후반전 이민아가 빠지고 이영주가 들어가면서 흐름이 살아났다. 이영주는 날카로운 패스로 물줄기를 바꿀 힘이 있었다. 교체로 들어간 전가을이 우측면에서 파괴적인 돌파를 선보이면서 한국이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다. 한국은 호주전을 통해 베테랑들과 신예들이 더 호흡을 맞춰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경기 후 지소연은 “전반전에 밀렸다. 준비한대로 되지 않았다. 패스미스가 너무 많았다. 발이 맞지 않았다. 서로 볼을 받지 못했다. 후반에 조금씩 맞아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민아는 “오랜만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봐서 어색했다. 감독님이 시킨 포지션이니 거기에 맞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일단 지소연 언니가 플레이메이커로 뛰는 것이 감독님의 선택이다. 내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면서도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윤덕여 감독은 “이민아는 소속팀에서 현재 지소연 위치서 플레이한다. 내가 보기에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선수를 좀 더 공격적으로 쓴다면 이민아와 지소연을 같은 자리에서 쓸 수 있다. 이민아가 오늘은 아래서 권하늘과 경기를 했다. 팀에서 하던 상황이 아니라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호주전을 통해 한국은 내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쌓았다. 한국은 내년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른다. 이를 앞둔 1월 중국에서 4개국 대회에 출전한다.
윤 감독은 “내년 2월 29일부터 시작하는 올림픽 예선은 북한, 일본, 호주와 연달아 한다. 일정상 어려운 팀들과 먼저 경기를 해서 고민스럽다. 결국은 우리 대표팀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기간에 어떻게 더 잘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이천=지형준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