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셋업과 마무리 투수를 FA 시장에서 한꺼번에 보강했다. 바로 우완 윤길현(32)과 손승락(33)이다.
롯데는 29일 윤길현을 4년 총액 38억원으로 계약한데 이어 30일에는 손승락과 4년 총액 60억원에 사인을 마쳤다. 둘이 더하면 98억원으로 롯데는 외부 FA 영입에 구단 역사상 최다액을 썼다. 여기에 잔류시킨 송승준까지 더하면 롯데는 앞으로 4년 동안 138억원을 지출하게 됐다. 이 역시 한 해에 쓴 금액 가운데 최다다.
당초 롯데는 FA 불펜 최대어 정우람에 관심을 보였지만, 몸값이 너무 올라가면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9월 신동빈 그룹 회장이 사직구장을 방문했을 때 "마무리투수가 약하다"고 지적했는데, 구단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롯데는 정우람 한 명을 영입하는 것보다는 정상급 불펜투수 두 명을 보강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에 맞춰 움직였다.

올해 롯데는 불펜이 흔들리면서 마운드 전체가 여진에 시달렸다. 롯데의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은 5.43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팀 세이브는 19개로 리그 9위였고, 블론세이브는 18개로 가장 많았다. 불펜이 흔들리자 투수들의 보직변동이 잦아졌고 이는 투수진 전체를 흔들어놨다. 안정적인 불펜 영입에 롯데가 공을 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승락은 2010년과 2012년, 2013년 구원왕을 차지했던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다. 통산 177세이브는 임창용을 제외하면 현역 중 가장 많다. 비록 최근 2년 동안 고전했지만, 롯데는 등판이닝 관리만 해준다면 1이닝을 안정적으로 막기에는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여기에 윤길현은 알짜 FA 투수다. 올해 SK 셋업과 마무리를 오가며 70경기에서 4패 18홀드 13세이브 평균자책점 3.16을 올렸다. 리그에서 5번째로 많이 등판했던 투수다. 팀 동료였던 정우람보다 1경기를 더 나갔고, 평균자책점도 정우람의 3.21보다 조금 낮았다. 다른 세부성적은 정우람이 나은 부분이 있지만, 윤길현 역시 낮게 평가받을만한 투수는 결코 아니다.
롯데가 시장에서 불펜투수 2명을 영입한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다. 관건은 여기서 쇼핑을 끝마치느냐다. 정우람이 한화를, 박석민이 NC를 가게 되면서 이제 시장에 남은 선수는 별로 없다. 롯데 구단 관계자도 "이제 추가적인 영입 쪽으로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과제로 정했던 불펜투수 보강은 마쳤지만, 야수 쪽은 아쉬움이 남는다. 당장 롯데는 외야수가 급하지는 않다. 우익수 손아섭이 롯데에 잔류하게 됐고, 중견수 짐 아두치도 재계약을 맺었다. 좌익수는 올해 기량이 성장한 김문호와 가능성을 보여 준 김민하, 여기에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박헌도까지 있다. 때문에 내야수 쪽을 시장에서 주목했던 롯데인데, 이미 황재균이라는 주전 3루수가 있는 상황에서 박석민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롯데의 FA 시장은 일단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니, 바로 보상선수 지명이 남아 있다. 롯데는 FA 선수 2명 영입으로 SK에 한 명, 그리고 넥센에 한 명씩 20인 보호선수 외에 보내야 한다. 이후에는 심수창의 한화행으로 한 명 데리고 올 수 있다. 이 과정까지 마쳐야 모든 쇼핑이 끝이 난다. 어쩌면 단순한 쇼핑보다 훨씬 더 머리가 아프고 눈치싸움이 치열할 수도 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