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좌절됐다. 하지만 시민구단으로서 최고성적을 거둔 성남FC는 미래를 봤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에서 성남은 15승15무8패, 승점 50점의 성적으로 최종 5위를 차지했다. ACL 진출이 좌절된 것은 아쉽다. 다만 시민구단으로서 상위스플릿에 진출해 상위팀 킬러로 명성을 떨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 시민구단 최고 순위, 강팀킬러 이미지

성남은 지난해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ACL 진출권을 따냈다. 다른 구단에 비해 깊지 않은 선수층으로 ACL까지 병행해야 하는 것은 이중부담이었다. 선수들 역시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다. 한 경기를 잘해도 다음 경기까지 컨디션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김학범 감독은 “우리는 멀리 내다보지 않는다. 당장 다음 경기만 생각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성남은 위기를 꿋꿋이 잘 넘겼다.
성남은 1무2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강팀 전북(0-2)과 수원(1-3)에게 내리 발목을 잡혔다. 이후 대전과 부산을 잡으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울산과의 11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한 것이 컸다. 기세가 오른 성남은 12라운드에서 전북까지 2-1로 제압했다. ‘상위권 킬러’ 이미지를 갖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막판까지 상위스플릿 진출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 성남이었다. 결국 서울과 인천을 차례로 1-0으로 꺾으면서 상위스플릿 진출을 확정지었다. 성남은 시민구단 최초로 ACL에 진출해 K리그를 병행했다. 올 시즌 상위스플릿에 진출한 것만 해도 큰 소득이었다.
▲ 시민구단 최초 ACL 도전
성남은 감바 오사카(일본),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광저우 부리(중국)와 함께 F조에 배정돼 경쟁했다. 성남은 감바 오사카와 최종전에서 1-2로 패했다. 두 팀이 나란히 3승1무2패가 됐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성남은 부리람과 오사카 원정에서 패했을 뿐 홈경기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16강전 상대는 우승팀 광저우 에버그란데였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구단과 시민구단이 맞붙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내용은 꼭 그렇지 않았다. 성남은 5월 20일 홈에서 가진 1차전서 2-1로 이기는 저력을 발휘했다. 김두현은 후반 추가시간 결승 페널티킥을 넣어 영웅이 됐다. 한국까지 응원을 온 수 천 명의 광저우 팬들이 순간 침묵했다. 올 시즌 성남이 치른 최고의 명승부였다.

성남은 5월 27일 광저우에서 치른 16강 2차전서 굴라트에게 두 골을 내주며 0-2로 패해 탈락했다. 하지만 홈에서 쉽게 패하지 않는 성남의 끈끈한 모습은 팬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성남을 꺾고 승승장구한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결국 결승에서 알아흘리(UAE)마저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광저우와 가장 잘 싸운 팀이 바로 성남이었다.
▲ K리그 간판공격수로 성장한 황의조
성남의 돌풍에 K리그 대표공격수로 성장한 황의조(23, 성남)가 있었다. 시즌 전만 해도 황의조를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다. 올 시즌 황의조는 34경기에 출전해 15골을 터트리며 득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득점왕 김신욱(울산, 18골), 2위 아드리아노(서울, 15골)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황의조는 명실상부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한차원 성장했다.
특히 황의조는 빅클럽과의 경기서 강했다. 2-1로 이긴 5월 31일 전북전에서 황의조는 혼자 두 골을 몰아쳤다. 상위스플릿 진출을 결정한 10월 4일 인천전에서도 1-0으로 승리하는 결승골을 넣었다. 중요한 순간에 꼭 황의조의 득점이 터져줬다.
여세를 몰아 황의조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도 달았다. K리그에서 보여준 그의 맹활약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놓치지 않았다. 황의조는 10월 13일 자메이카와의 친선전에서 A매치 첫 골을 뽑아내 기대에 부응했다. 이정협의 부상공백을 틈타 황의조는 석현준과 함께 대표팀의 원톱자원으로 기량을 뽐냈다.

수비수 윤영선(27, 성남) 역시 K리그에서 활약을 인정받아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11월 12일 미얀마(수원), 17일 라오스(비엔티엔)를 상대로 한 월드컵 2차 통합예선에 윤영선을 데려갔다. 골키퍼 박준혁(28)은 31경기서 25실점으로 경기당 0.81골을 허용, K리그 골키퍼 중 방어율 1위를 기록했다. 주장 김두현은 35경기에 나서 성남의 돌풍을 지휘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