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3인방’ FA 불펜 잔혹사 지울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2.01 13: 02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가장 홀대를 받는 포지션 중 하나였던 불펜에서 연이은 대박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팀을 옮긴 불펜 3인방이 그간의 잔혹사를 깨끗하게 지워내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016년 FA 시장에서 불펜 투수들은 비교적 후한 몸값을 받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의 거액 제시를 뿌리치고 시장에 나온 정우람은 한화와 4년 총액 84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불펜 보강이 필요한 팀이었던 롯데는 넥센의 마무리인 손승락(4년 60억 원)과 SK의 정상급 우완 불펜 요원인 윤길현(4년 38억 원)을 쓸어 담는 데 4년 총액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정우람의 금액은 지난해 안지만(삼성, 4년 65억 원)이 세웠던 불펜 최고 공식 금액을 훨씬 뛰어 넘는 액수였다. 역대 투수로만 봐도 윤석민(KIA, 4년 90억 원)에 이은 공동 2위 기록이라는 점에서 불펜 투수들에 대한 가치 산정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승락도 60억 원 벽을 깼고 윤길현 또한 4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았다. 이 선수들의 보상금까지 합치면 실질적 투자 금액은 더 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경우에는 불펜투수들에 대한 가치가 선발투수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선발은 외부서 영입, 불펜은 내부 육성”이라는 기조가 지배적이다. 이는 선수층이 훨씬 두꺼운 MLB의 저변, 그리고 전통적으로 불펜 투수가 승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문화가 가장 큰 이유지만 “특별한 선수가 아닌 이상 롱런이 어렵다”라는 기초적인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선수층이 얇아 특급 불펜에 대한 가치가 뛸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MLB와의 사례는 분명히 다른 여건임을 감안해야 한다. 당장 일본프로야구만 해도 특급 불펜 투수들에 대한 가치는 높다. 다만 신중하게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례 때문이다. 실제 FA로 팀을 옮긴 불펜 투수들은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았다.
2010년 이후로만 보면 2012년 송신영, 임경완, 이승호, 정대현이라는 베테랑 자원들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옮겼다. 그러나 성공한 사례로 기억되는 경우는 없다. 이승호는 부상으로 주춤했고 최대어라고 평가된 정대현도 롯데 이적 후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3년 시즌 전에도 정현욱이 큰 관심을 모으며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으로 공헌도는 미비했다. 2014년 불펜 FA였던 강영식 박정진은 금액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사례였다.
그나마 2015년 시즌을 앞두고 4년 65억 원에 계약을 맺은 안지만이 자신의 기량을 이어간 축에 속한다. 선발과 불펜을 오고갔던 송은범 또한 첫 시즌 활약은 썩 좋지 않았다. 이재영은 FA 시장에 한파를 맞은 끝에 올해 SK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무래도 선발에 비하면 몸 관리가 쉽지 않은 고된 보직인 만큼 30대 중·후반까지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이들의 활약상이 향후 불펜 투수들의 가치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우람 손승락이 하향세를 그린다면 향후 불펜 FA 투수들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반대로 이들이 끄떡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불펜 투수들이 부족한 현 상황상 FA 몸값 상승세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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