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의 2015년은 다사다난했다. 극적으로 상위 스플릿 무대에 진출했지만 14승 8무 16패 승점 50점으로 6위에 그치며 목표로 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을 거머쥐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바둑에서 복기를 잘하는 이가 고수가 되듯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기에 앞서 제주가 2015시즌 걸어온 발자취를 기록과 함께 정리했다.
▲ 흔들린 뒷문, 추진력을 잃다
2015시즌 제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점이었다. 지난 시즌 제주는 리그 38경기 동안 단 37골만 허용했다. 2014시즌 0점대 실점률은 12개 팀 중 단 4팀만이 기록했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였다. 수비력만 놓고 보면 제주는 우승 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리그 38경기서 56실점을 내줬다. 이는 대전(72실점)에 이어 리그 최다 실점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간판 수비수 알렉스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 악몽 및 경고 누적에 빠진 게 타격이 컸다.
한 가지 위안은 수비 옵션이 다양해졌다는 것. 기존의 포백에서 스리백까지 운용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 특히 후반기를 앞두고 안양에서 포백과 스리백을 모두 잘 이해하는 백동규를 영입했고 알렉스의 경우 중앙 수비수뿐만 아니라 변칙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며 수비 전술의 선택폭이 넓어졌다
▲ 막강 화력, 제주의 자존심을 지키다
비록 수비는 불안했지만 물오른 공격으로 이를 상쇄시킨 2015시즌이었다. 지난해 제주는 리그 38경기서 39골에 그쳤다. 상위 스플릿 진출팀 가운데 40골을 넘지 못한 팀은 제주가 유일했다. 팀내 최다 득점자가 측면 공격수 드로겟(10골)일 정도로 지난 시즌 제주의 최전방은 이렇다 할 무게감을 뽐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공격의 파괴력이 극대화됐다. 리그 38경기서 55골을 터트렸다. 이는 리그 최다 득점 3위에 해당되는 좋은 성적이다. 특히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로페즈의 활약은 눈부셨다. 로페즈는 35경기서 11골 11도움을 기록하며 시들했던 제주 화력의 세기를 더했다.
로페즈가 공격 일선에서 돌파구를 개척하자 2선 라인의 응집력도 자연스레 커졌다. 윤빛가람과 송진형은 각각 7개와 6개의 도움으로 만점 도우미로 떠올랐다. 하지만 토종 공격수들의 활약이 아쉬웠다. 국내 선수 중 최다 득점자는 미드필더 송진형(6골). 김현 등 토종 원톱 자원들의 활약에 따라 다음 시즌 제주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 관중 2만명 돌파와 서울 징크스 탈출
관중 2만명 돌파는 제주의 오랜 꿈이었다.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이 한마음으로 ‘스포테인먼트 (Sports+Entertainment)’를 주창한 제주는 지난 5월 5일 울산 현대전에서 마침내 그 목표를 달성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 수는 2만 13명으로 2012년 K리그 실관중 집계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제주의 공식적인 최다 관중이다.
K리그 최초의 팬 프렌들리 클럽상과 최근 제10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 대상을 수상한 제주의 저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조성환 감독은 홈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5월 23일 전남전에서 박경훈 전 감독이 아쉽게 지키지 못했던 주황색 머리 염색을 감행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제주 팬들에게 또 한 가지 선물은 바로 서울 징크스 탈출이었다. 제주는 8월 29일 서울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는 제주에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승전보였다. 제주는 2008년 8월 27일 이후 7년 동안 23경기 연속 무승(8무 15패)에 시달렸다. 홈에서는 2006년 3월 25일 이후 9년 5개월 동안 7무 7패에 그치며 단 한 번도 서울을 이기지 못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승리였기에 더욱 뜻 깊었다. 잇따른 악재에도 삭발 투혼을 보여줬던 선수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자발적 합숙을 통해 심기일전을 다짐했고 마침내 지독한 악연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어 제주는 지난달 10일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서울 징크스와의 이별을 고했다./dolyng@osen.co.kr
[사진] 제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