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타석에서 공을 고르듯 신중하다. 하지만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는 확고한 것이 분명하다.
에이전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김현수(27)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말을 아끼고 있다. 거의 모든 이야기가 에이전트를 통해 나오고 있고, 선수 본인은 간단히 한 마디씩만 하고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중이다.
꼭 말을 해야만 하는 자리에서도 최소한만 한다. 지난 2일 있었던 조야제약 프로야구 시상식에서도 그랬다. 대상을 받은 김현수에 앞서 김태형 감독이 프로감독상을 받았는데, 김 감독은 자리에 앉은 김현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눈빛 교환만 하겠다"고 한 뒤 "(두산에)남아라"라고 짧고 강렬하게 말했다.

그러자 김현수의 대답 역시 짧았다. 그는 대상을 받는 자리에서 김 감독에게 어떻게 답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죄송합니다"라고 간결하게 답했다. 두산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메이저리그에 가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꼭 가겠다' 혹은 '도전해보겠다'는 말을 사용해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김현수는 "죄송합니다"라며 간접적으로 자신의 뜻을 드러냈다. 이전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던 선수들이 보여줬던 강한 도전정신에 비해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현수는 꾸준히 그랬다. 야구장 안에서는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큰 목소리를 내며 후배들을 독려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지난해부터 가끔 해외 진출 이야기만 나오면 "과연 내 실력으로 될지 모르겠지만, 두산을 떠난다면 일본보다는 미국에 가보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곤 했다. 타격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가장 활발해지던 김현수는 해외 진출이 대화 주제가 되면 말수가 부쩍 줄어들기도 했다.
적어도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아니면 진출 이후에도 김현수의 태도는 신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날 시상식에서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디로 가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며 자신이 선 곳과 관계 없이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유일한 약속으로 내걸었다.
한편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에이전트인 리코스포츠의 이예랑 대표는 조만간 미국으로 출국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확실히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2개 이상의 빅리그 구단이 공식적인 계약 제안을 해둔 상태다. 김현수가 출국할 이달 중순께부터는 언제 계약 소식이 들려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