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정든 팀 떠나는 이재우, 두산과 따뜻한 이별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2.03 06: 28

"착잡하다. 그래도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소식을 들어 다행이다. 오늘 (이)재우가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한테 인사를 하고 갔다"
두산 베어스의 김승호 운영팀장이 전화를 통해 가장 먼저 꺼낸 감정은 '착잡함'이었다. 때는 이재우(35)가 한화 이글스와 계약을 마친 지난 2일이었다. 두산 관계자들은 언론보도 이전에 그의 한화행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계약이 이뤄지기 전 이재우가 구단 사무실을 들러 작별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만난 자리에서 구구절절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품고 있던 감정까지 그리 간단했던 것은 아니었다.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하라는 정도의 덕담만 건넸다는 김 팀장은 15년 전부터 지켜본 선수 하나를 그렇게 떠나보냈다.

두산은 한 팀에서만 뛴 이재우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를 했다. 본인 요청에 따라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도 제외했고, 지명되지 않자 방출해 다른 팀에서 뛸 기회를 열어줬다. 김 팀장은 "팀 내에서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해 (원한다면) 보류선수 명단에서 빼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2차 드래프트 때도 기회를 주기 위해 40인 명단에서 빼겠다는 것을 미리 알려줬다. 일을 진행하면서 베테랑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이재우 역시 구단의 마음을 안다. "대전에 가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며 두산을 떠난다는 사실을 여전히 잘 느끼지 못하고 있던 그는 "이제 확정이 되니 후련하고, 정말 떠나는구나 싶다. 한화에 가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다. 더 내려갈 곳도 없으니 이 악물고 해보려고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굳은 다짐의 뒤편에는 정든 곳을 떠나야만 하는 복잡한 감정도 있었다. "그래도 16년 동안 있었는데,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나와서 아쉬운 게 많지만, 그래도 두산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팀이다. 무명이었던 내가 야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회사다. 정말 감사했고, 막상 떠난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하지만 야구를 더 하고 싶기 때문에 결정에 후회는 없다. 남은 야구인생 열심히 하겠다"고 덤덤히 말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떠나는 일이라 두산도 아쉬워할 것 같다고 하자 "나는 그런 선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이재우는 "두산은 내가 수술하고 재활할 때도 많이 기다려준 팀인데, 최근 2년간 내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구단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동시에 표현했다.
15년 전인 2000년에 훈련 보조요원으로 프로에 입문한 이재우는 2001년에 정식 선수가 되며 15년 동안 프로선수로 공을 던졌지만 아직 하지 못한 경험이 많다. 마운드에 올라 두산 유니폼을 입은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지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다음 시즌 이재우와 두산의 첫 만남 역시 특별한 볼거리일 것이 분명하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