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고 출신 FA와 예비 FA의 진솔한 대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2.03 13: 00

녹색 다이아몬드의 동창회, 야구대제전이 올해도 돌아왔다. 올해 야구대제전은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지는데, 개막일인 2일 겨울비에도 아무런 차질 없이 대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날은 모두 3경기가 벌어졌는데, 전주고와 제물포고는 마지막 차례였다. 
이번에 전주고는 프로야구 현역과 스타플레이어 출신 은퇴선수를 대거 포함시키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제물포고전 선발투수는 김원형, 선발포수는 박경완이었다. ‘영혼의 배터리’가 25년 만에 전주고 유니폼을 입고 다시 뭉쳐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3번 타자와 4번 타자는 프로 투수들이 만나도 위축될만한 선수들이 나왔으니 바로 박정권(SK)과 최형우(삼성)다. 박정권이 1981년생, 최형우가 1983년생으로 둘은 고교시절 한솥밥을 먹었다. 최형우에게 박정권은 고교시절 하늘같은 선배였다. 지금이야 프로에서 자주 만나 허물없이 이야기하지만, 예전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때가 때인 만큼 둘은 경기 전 FA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박정권은 이번에 원 소속팀 SK와 4년 3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잔류를 선언했다. 워낙 FA 시장에서 거액을 받는 선수가 많지만, 박정권은 “이게 적은 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금발로 염색한 최형우를 보더니 “당장 모자 쓰고 와라”고 했고, 최형우도 곧바로 모자를 쓰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이미 박정권은 FA 계약을 마쳐 마음이 편한 상황이다. 그리고 최형우는 내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다. 박정권이 갑자기 “근데 120억이...”라고 말을 꺼내자 최형우는 “제발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박정권은 “사실 내가 뉴스 댓글을 즐겨 본다. 댓글을 보니 반응이...”까지 이야기하자 최형우는 민망한 듯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최형우의 전주고 동기이자 삼성 동료인 신용운은 최형우에게 “스트레칭 시작하는 데 빨리 안 가고 뭐 하냐”고 더그아웃에서 내몰았다. 덕분에 최형우는 댓글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듣지 못했다. 
최형우는 이날 1타수 1안타 2볼넷, 3번 모두 출루에 성공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다운 면모를 뽐냈다. 박정권은 타석에서 5타수 1안타 2타점으로 11-5 역전승에 발판을 놨다. 그보다 박정권은 7회말 투수로 깜짝 등판, 130km대 공을 자신 있게, 그리고 정교하게 던지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전주고의 야구대제전 1회전 승리투수는 박정권이었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