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와는 별개로 2군 선수들에 대한 지원과 장기적인 연금 마련 등 선수 복지를 위한 미래 설계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선수협은 2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정기 총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원정 도박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결의를 가졌다. 이와 더불어 1일 열린 유소년 야구 클리닉 등 선수협 및 선수 차원의 봉사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선수협 총회에서는 특별한 안건 상정보다는 이에 대한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선수협 차원의 자정 의지와 사회 환원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강력하게 추진했던 비활동기간 준수 방침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구단 차원에서도 올해는 비활동기간을 놓고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한 선수협은 이제 다른 장기적 안건을 놓고 내부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세 가지 줄기는 FA 제도 개선, 2군 선수들에 대한 지원, 그리고 메이저리그(MLB) 사례를 참고한 연금 추진안이다.

선수협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FA 제도에 대한 자체 안을 만들어 추후 KBO(한국야구위원회) 및 KBO 이사회에 건의를 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FA 제도는 모든 선수들이 동일한 잣대에서 판단되는 터라 ‘FA 미아’를 양산한다는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대어급 선수들은 많은 연봉을 받고 팀을 옮기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른바 B급 선수들은 보상선수 규정 때문에 갈 곳 없는 처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선수협은 FA 등급제는 물론 FA 획득 연한 축소를 놓고 다각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FA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수협은 현행 9년(대졸 8년)인 FA 취득 연수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이득은 물론, FA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많아져 구단도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라고 짚고 있다.
한편 선수협은 “1군 선수들의 이득만 대변한다”라는 기존의 부정적 시선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은 최근 2군 선수들이 자유롭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끔 각 지역 거점에 지정 병원 협약을 맺었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2군 선수들은 물론, 2군 선수들의 가족들까지 이 지정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게끔 배려했다.
성과를 얻은 선수협은 지정 병원 사업을 계속 확대시키는 동시에 2군 선수들에게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여기에 게임 등에서 나오는 초상권 수익 분배도 좀 더 2군 선수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게끔 노력 중이다. 선수협 내부에서도 “어려운 여건에 있는 선수들을 더 많이 지원하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사안은 연금이다. MLB의 경우 일정 기간 리그에서 뛴 선수들에게 연금이 지급된다. 이는 선수들의 노후 설계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선수들의 개인적 자산 관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2군 선수들의 경우는 당장 야구를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해지는 상황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단시간에 이뤄질 일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인 과제로 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재정 마련 등을 꾸준히 논의해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