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침묵’ 5개 구단, 육성으로 '패자의 역습'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2.03 13: 03

치열한 ‘쩐의 전쟁’이 벌어진 올 시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도 승자와 패자는 뚜렷하게 나뉘었다. 거금을 들여 승자가 된 팀들의 전력 상승 요소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제는 육성이라는 큰 기조를 통한 ‘패자의 역습’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이번 FA 시장에서의 승자는 롯데와 한화, 그리고 NC와 kt라고 할 만하다. 롯데는 주축 선발 투수인 송승준(4년 40억 원)을 잔류시킴과 동시에 불펜 보강을 위해 손승락(4년 60억 원)과 윤길현(4년 38억 원)을 영입해 뒷문을 든든하게 채웠다. 한화는 FA 불펜 최대어였던 정우람(4년 84억 원)을 손에 넣었고 NC는 내야 최대어였던 박석민(4년 옵션 포함 총액 96억 원)을 영입해 핵타선을 구축했다. kt도 유한준(4년 60억 원)을 영입해 공격력이 한층 좋아졌다. 실질적인 투자 금액은 그 이상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와 한화가 덩달아 강해졌다. 김태균과 에스밀 로저스까지 모두 눌러 앉힌 한화는 이제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해서는 안 되는 전력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올해 정규시즌 2위였던 NC는 대권에 도전할 만한 팀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kt는 최하위 탈출에 대한 희망을 FA 시장에서 찾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승자가 있다면 패자도 있는 법.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삼성, 넥센, SK의 전력이 모두 약해진 가운데 두산과 KIA도 씁쓸한 FA 시장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은 박석민을 잃었고 넥센은 MLB에 진출한 박병호와 일본으로 건너간 앤디 밴헤켄까지 총 4명의 핵심 선수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SK는 정우람 윤길현 정상호가 이적을 선언함에 따라 역시 전력에 큰 균열이 생겼다. 별다른 전력 보강을 이뤄내지 못한 KIA, 김현수의 MLB 진출이 확실시되는 두산 역시 FA 시장에서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 팀들도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떠났지만 육성 기조를 통해 이를 저비용으로 만회하겠다는 계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10억을 받는 선수가 1억을 받는 선수보다 10배의 가치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비용 선수들이 쏠쏠한 활약을 펼친다면 남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팀의 체질 개선과 세대교체 효과도 선점할 수 있는 이득이 따라온다. 분명 쉽지는 않지만 달콤한 유혹은 될 수 있다.
육성의 선두주자인 삼성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향후 롱런의 기틀을 닦는다는 계획이다. 그간 수많은 유망주들이 경산에서 커 1군으로 진출한 사례가 많은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장석 대표가 주도하는 넥센의 육성 사업 또한 강제적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 또한 이번 FA 시장에서 합리적인 베팅 기조를 이어가며 육성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KIA는 이미 올해부터 리빌딩을 진행 중이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다. 올해까지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박차를 가한 뒤 전력 플러스 요소가 많은 내년에는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김현수의 이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두산도 워낙 유망주들이 많았던 전통에 기대를 걸 만하다.
만약 이런 육성 기조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과열된 FA 시장을 진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거금을 주고 FA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어린 선수들을 성공적으로 길러내면서 그 전력 공백을 대체할 수 있다면 무리해서 FA 영입전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제 한파로 모기업의 지원금의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용을 줄이려는 구단들의 노력이 계속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육성 기조가 한계를 보인다면 FA 선수들에 대한 구애는 이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2~3년의 흐름이 프로야구의 구조적 헤게모니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금 투자를 통한 '모험', 그리고 육성 기조를 통한 '실험'의 정면 충돌이라고 할 만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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