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곳 향해’ 일찍 시작된 박민호의 2016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2.03 17: 00

“가고시마 캠프 때 감독님께서 목표를 써서 제출하라고 하시더라고요”
SK 사이드암 기대주인 박민호(23)는 종이를 앞에 두고 고민했다. 이 종이에 무슨 목표를 적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 이윽고 박민호의 펜은 조금씩 희망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박민호는 “개막 엔트리에 든 게 신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것도 들어가자마자 내려갔다. 잠깐 뛰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개막부터 끝까지 1군 엔트리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적었다”라고 가볍게 웃어보였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SK의 2014년 2차 3라운드(전체 33순위) 지명을 받은 박민호는 지난 2년간 SK가 꾸준히 공을 들인 기대주다. 선발은 물론 롱릴리프로 뛸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묵직한 구위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그러나 박민호의 말대로, 꾸준히 1군에 붙어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4년에는 17경기 출전, 그리고 올해는 20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올 시즌 중반 1군에 올라온 박민호는 ‘20경기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어찌 보면 그 목표는 달성한 셈이었다. 그러나 소화이닝은 2014년(31⅓이닝)보다 못한 27⅓이닝이었다. 이에 박민호도 2016년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스스로도 절박함이 있다. 군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박민호로서는 2016년이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정체되느냐를 가를 중요한 시기다. 지난달 열렸던 SK의 가고시마 특별캠프에서 굵은 땀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다.
박민호는 가고시마 캠프에서 ‘일관성’을 주안점으로 두고 훈련에 임했다. 박민호는 “올해를 돌이켜보면 폼이 일정하게 지속된 시기가 별로 없었다. 한 가지라도 꾸준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반성할 점을 찾았다. 하지만 가고시마 캠프에서 그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서서히 ‘자신의 것’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박민호의 희망 섞인 기분이다. 박민호는 “지난 모습에 비해서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커브와 체인지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박민호는 이번 캠프에서 “체인지업이 가장 좋아졌다. 라이브피칭에서 삼진도 잡았는데 좋아진 것을 느낀다”라고 2016년 신무기 장착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박민호는 “역시 이를 일관성 있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라고 보완점을 짚으면서도 밝은 미소를 숨기지는 못했다. 한 단계 성장하는 길목으로 가는 이정표를 찾은 듯 했다.
김용희 감독은 아직 내년 마운드 구상을 확정짓지 못했다. 선발과 불펜 모두 빈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선수 중 하나가 양쪽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박민호다. 박민호도 각오가 새롭다.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박민호는 “올해도 1군에 올라온 뒤 무실점을 했다. 점수차가 적을 때 나가다가, 마지막에는 동점 상황에서도 나갔다. 하지만 그 때 볼넷 두 개를 주며 무너졌다. 그 후로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라고 떠올리면서 “내년에는 그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이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입술을 깨문 박민호가 김용희 감독에게 제출한 다짐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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