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최정민, 부끄럽지 않은 새신랑 꿈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2.03 17: 15

SK는 지난 9월 16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교육리그를 가졌다. 33일간의 일정이 이어졌다. 그리고 11월 1일부터 27일까지 일본 가고시마에서 특별 캠프를 벌였다. 이 두 코스를 모두 소화한 선수들은 두 달 넘게 강훈련을 이어온 셈이다. 팀 내에서는 '훈련 우등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내야수 최정민(26)도 그 중 하나였다.
최정민은 SK 내야 세대교체의 핵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SK 유니폼을 다시 입은 최정민은 올해 퓨처스리그 73경기에서 타율 2할8푼9리, 14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시즌 막판 1군에서도 8경기에 나가 타율 3할8리(13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비록 교육리그 참가 일정상 시즌 막판까지 팀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아무 무의미한 시즌은 아니었다.
어쩌면 교육리그와 가고시마 특별 캠프를 모두 소화한 것이 스스로에게는 득이 될 수도 있었다. 1군 출전 기회도 중요하지만, 내년 구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이만한 훈련 코스가 없었다. 최정민도 교육리그에 갈 당시 품었던 다소간의 아쉬움을 털어낸 듯 했다. 최정민은 “교육리그 때부터 아예 내년을 구상하면서 몸을 만들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된 일정이 이어졌지만 2016년 준비는 오히려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최정민의 생각이다.

지속성을 가지고 훈련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 최정민은 “훈련이 끊이지 않아 몸 상태 자체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래서 가고시마 특별 캠프에서도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정민은 캠프에서 훈련 성과가 가장 좋은 내야수 중 하나로 손꼽혔다. 최정민은 “12월에도 이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연말 계획을 밝혔다. 애써 잡은 최상의 몸 상태와 감각을 잃어버리기 싫다는 의지가 묻어 나왔다.
여러 부문에서 강훈련을 했지만 수비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게 최정민이 뽑는 최고의 수확이다. 최정민은 “수비만큼은 굴러 다녔으니 확실히 나아졌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후쿠하라 수비 코치님께서 잡을 수 있는 공만 확실하게 잡자고 하셨다”라며 기본에 충실한 훈련을 했음을 설명했다. 수비는 훈련과 자신감이 큰 영향을 미친다. 강훈련을 소화한 최정민의 가슴 속에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서서히 깃들고 있었다.
12월 훈련 일정을 짜는 데 골몰하고 있는 최정민은 12월에 또 하나의 경사를 맞이한다. 오는 5일 오후 4시 이혜민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최정민은 이에 대해 묻자 “오래 연애를 했다. 8년이나 했다”라고 부끄러운 듯 웃었다. 그러나 부끄러움은 거기까지다. 이제는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가장이 되어야 한다. 일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최정민도 이런 사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정민은 “오래 연애를 했지만 한결같이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었다”라고 예비 신부에게 고마움을 드러낸 뒤 “이제는 가장이 되는 만큼 더 잘해야 한다. 책임감도 생긴다. 앞으로 성공해서 신부를 평생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두 달간의 훈련 대장정, 그리고 결혼이라는 2015년 연말의 굵직한 이정표가 최정민의 야구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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