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프로배구의 남자부 외국인 판도에 또 하나의 슈퍼스타가 상륙하기 일보 직전이다. 러시아 출신 라이트 공격수 파벨 모로즈(28, 205㎝)의 계약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존 스타급 선수들과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이 볼만해 졌다.
모로즈의 소속팀인 러시아 프로배구리그의 로코모티브 노보시비리스크는 3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모로즈가 시즌 종료시까지 대한항공에 임대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팀의 주포 임무를 했던 마이클 산체스(쿠바)가 손등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대한항공은 새 외국인 선수 물색을 해왔다. 결국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모로즈가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식 발표만 남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을 정도로 기량에서 인정을 받고 있었던 산체스였다. 그러나 훈련 중 불의의 부상을 당해 8주 진단을 받음으로써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았다. 이에 대한항공은 ‘임시 외국인’보다는 남은 시즌 전체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물색했으며 모로즈가 레이더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대한항공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된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2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가 끝난 뒤 “짧으면 1경기, 길면 2경기 정도 외국인 없이 경기를 해야 할 수 있다”라면서 “선택의 시간은 임박했다”라고 덧붙였다. 3일 모로즈와의 계약이 이르렀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계약과 공시 절차가 남아있어 7일 대전에서 열릴 삼성화재와의 경기 출전은 어렵지만 13일 천안 현대캐피탈전에는 선을 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모로즈는 세계 정상급인 러시아 대표팀에서도 라이트 공격수로 뛰고 있는 수준 높은 공격수다. 205㎝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강한 스파이크가 일품이다. 타점은 시몬이나 그로저에 비해 조금 낮지만 힘은 두 선수에 떨어질 것이 없다. 소속팀 및 대표팀 성적만 놓고 봐도 현재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 못지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적응이 관건이기는 하지만 공격력에서 충분히 검증이 된 선수인 만큼 산체스 정도의 득점력은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 선수가 없어 국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심해졌다”라던 김종민 감독도 일단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산체스 없이 치른 4경기에서 1승3패를 기록하며 선두권 추격에 실패했다.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위권 경쟁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뒤로 물러섰다. 이런 상황에서 모로즈의 가세는 천군만마다. 기초적인 전력이 좋은 대한항공인 만큼 모로즈만 제 몫을 한다면 다시 순항을 이어나갈 수 있다.
한편 모로즈의 가세로 V-리그에서 뛰는 남자부 외국인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값이 높아지고 있는 V-리그에는 로버트랜디 시몬(OK저축은행), 괴르기 그로저(삼성화재), 군다스 셀리탄스(우리카드) 등 국제 무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좋은 공격수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클럽과 대표팀 등에서 맞대결을 펼친 이들도 있다. 승부욕이 더 타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자연히 팬들의 흥미는 배가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국제배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