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다. 3할도 못 칠 줄 알았는데…".
한화 내야수 정근우(33)에게 2015년은 지옥에서 천당으로 향한 해였다. 2015년 시작은 악몽. 2월 중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중 턱에 공을 맞아 하악골 골절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시즌 개막을 3주 늦게 시작했다. 연습량 부족으로 공수에서 정근우답지 않은 플레이가 속출했다. 5월31일까지 정근우의 타율은 2할1푼5리였다.
시련의 시절을 그는 "전광판을 보기도 싫고, 타석에 들어서는 게 두려웠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더 악착같이, 악바리처럼 버텼다. 스스로 경기 전후로 훈련의 강도를 높였고, 식단 조절까지 하며 체중을 빼 몸놀림을 가볍게 했다. 시즌을 치를수록 원래 정근우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126경기 타율 3할1푼6리 148안타 12홈런 66타점 99득점 21도루. 악마의 2루 수비도 완벽히 찾았다.

정근우는 "정말 긴 시즌이었다. 시작은 힘들었다. 초반에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끝이 잘 마무리돼 힘들었던 것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프리미어12에서 주장을 맡아 우리나라 우승도 함께 했다. 피곤함은 있지만 마지막을 기분좋게 마무리했고,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참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시즌 초반 힘들 때에는 정말 뭘 해도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했다. 3할 타율을 못 칠 줄 알았는데 치게 되더라.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돌아봤다. 시련을 딛고 이겨낸 시즌이라 대단했다.
프리미어12도 그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정근우는 "일본전 9회 무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왜 하늘은 내게 이런 시련을 주나' 싶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 노아웃이니까 찬스를 연결하자는 생각으로 했다"며 좌익선상 1타점 2루타 상황에 대해 "타구가 3루 베이스 위로 지나간 게 운이 좋았다. 이후 (이)용규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갈 때 승리를 확신했다. 분위기가 우리에게로 넘어 왔다"고 떠올렸다.
9회초 추격 상황에서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투수 교체 때 일본 2루수 야마다 데쓰토와 잡담을 나누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그는 "야마다상, 이마 난사이데스까(몇 살입니까?)"라고 물으며 긴박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보였다. 정근우는 "난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며 웃은 뒤 "우승하고 김성근 감독님에서 연락이 왔다. '어, 수고했다. 잘했고, 좀 쉬어라'는 말에 기분 좋았다"고 껄껄 웃었다.
마지막으로 정근우를 기쁘게 한 것은 오프시즌 한화의 대대적인 전력 보강. FA 정우람·심수창이 영입됐고, 괴물 외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도 재계약했다. 정근우는 "팀이 더 강해지는 일이기에 선수로서 기분 좋은 일이다. 팀 전력이 강해지는 것에 대해 다른 선수들도 말하지 않아도 느낄 것이다"며 내년 시즌 한화의 힘찬 도약을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