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의 제왕' 그로저 비밀, 공간 찾는 무회전 서브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2.04 05: 57

괴르기 그로저(31,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시즌 세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서브의 제왕'으로 다시 한 번 공인받았다.
그로저는 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3라운드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27득점했다. 공격 성공률은 50%로 자신의 시즌 평균보다 높지 않았지만 블로킹 5개, 서브 에이스를 6개나 해낸 것이 30득점 가까이 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3세트 후반에는 4연속 서브 득점이라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삼성화재는 3-0으로 완승하고 7연승을 질주했다.
그의 서브는 상대에게는 공포다. 자신의 서브가 가진 강점이 무엇이냐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로저는 "받는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말한 뒤 "자유자재로 때릴 수 있는 것이 서브 에이스가 많은 이유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목표가 상당히 구체적인 것이 인상적이다. 그로저는 "우선 선수 두 명 사이에 놓고 때린다. 5번과 6번 선수 사이에 서브를 넣는다"라고 상세히 설명했다. 그로저의 시각으로 본 상대 코트에서 5번과 6번 위치에 있는 선수는 후위 중앙과 오른쪽이다. 오른손을 쓰는 그로저는 좌측으로 공을 보내기 위해 공을 많이 감기보단 중앙이나 우측으로 강하게 때리는 것에 주력한다.
같은 팀이 보기에도 대단하고 위력적인 서브다. 류윤식은 "(연습할 때) 우리도 똑같이 먹는다"고 말한 뒤 "파워와 스핀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다른 것 같다. 서브를 자유자재로 때릴 수 있는 선수다. 워낙 힘이 좋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로저가 '서브는 위에서 빠른 타이밍에 때리고, 실수 해도 괜찮으니 자신 있게 하라'는 말을 해준다"며 자신에게 했던 조언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임도헌 감독의 생각도 비슷하다. 임 감독은 우리카드전을 마치고 "스윙이 참 깨끗하다. 키가 2m 정도 되고 그런 궤적을 가지고 있으면 서브가 좋을 수밖에 없다. 신체조건도 좋다. 그리고 본인도 서브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하니 잘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라며 그로저의 강력한 서브를 칭찬한다.
임 감독이 주목한 또 한 가지 장점은 '무회전 서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한 축구선수들의 무회전 킥과도 비슷한 원리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파워가 강하면 공이 무회전으로 간다. 그러면 공의 흔들림이 많아져 받기가 힘들다"라는 것이 임 감독의 의견이다. 호날두의 프리킥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가 찬 볼은 공기 중에서 흔들리며 골키퍼 앞에서 뚝 떨어진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너클볼과도 유사하다.
그리고 임 감독은 계속해서 "회전이 덜 감길 때 포인트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무회전 서브를 만들기 위해) 서브 마지막에 밀면서 때리는 동작도 가끔 보인다. 그건 본인의 기술이고, 내가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이어 설명했다. 자신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 안에는 세계 정상급의 서브를 뽐내는 그에게 기술적으로 건넬 조언은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서브 실력 못지않은 유머감각을 지닌 점 역시 그로저의 장점이다. "트리플크라운 상금으로 돈을 모으고 선수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릴 것이다"라고 말한 그로저는 이미 맥주를 사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시즌 중에 술을 마시는 것이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그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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