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SK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4일 인천광역시청으로 속속 모였다. 그러나 복장은 사뭇 달랐다. 글러브 대신 고무장갑이, 프로텍터 대신 앞치마가, 야구모자 대신 위생모자로 무장했다. 야구보다 더 어려운 ‘김장’이라는 미션이 주어진 이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걱정 반, 우려 반’이었다.
김용희 SK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2명(박경완 코치, 김원형 코치), 그리고 선수 4명(김강민 이재원 문광은 박종훈)은 4일 인천광역시청에 열린 ‘인천광역시와 SK 와이번스가 함께하는 행복김치 나눔행사’에 참여했다. 총 2000㎏, 650포기의 배추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천생 야구밖에 모르고 산 이들에게 김장은 미지의 영역이었다는 것. 대부분 “김장 경험이 없다”라며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나마 김장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는 김용희 SK 감독은 “대학 시절에 500포기씩 담그곤 했다. 학교 스포츠부 자체 조달이었는데 야구부가 김장을 하고 럭비부가 땅을 파곤 했었다”라며 아련한 기억을 떠올렸다. 박경완 코치도 “어렸을 때 집에서는 했는데 요즘에는 해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박종훈은 “어제 집에서 김장을 도와드렸는데 제대로 하지 못해 혼이 났다”라고 멋쩍어했고 김강민은 “배추를 썰어본 적조차 없다”라며 난색을 지었다.

여기에 이날 선수들과 김장 행사를 같이 진행한 인천광역시 자원봉사센터 보배드림어머니회는 올해 들어서만 김장 행사를 5번이나 진행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 선수들의 손놀림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들도 처음에는 어머니들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재원은 “야구보다 이게 더 힘들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원형 코치도 “이게 생각보다 힘들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적응력은 역시 빨랐다. 이내 익숙하게 배추를 다루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곳곳에 양념을 분배하는 기술이 제법이었다. 수준급 솜씨로 어머니들의 신뢰를 독차지한 박경완 코치는 같은 테이블에 마주한 이재원에게 “포수 미트에서 공을 빼는 속도로 배추 포기를 넘겨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박경완 코치는 중간중간 어머니들에게 오뎅과 커피 등 따뜻한 음식을 나누며 특급 안방마님의 가치를 재과시했다.
어머니들의 장인 정신에 선수들의 손놀림까지 빨라지자 650포기의 배추는 금세 동이 나 차곡차곡 상자에 담겼다. 선수들이 대견한 듯 어머니들은 선수들의 입에 막 간이 된 김치를 넣어주기도 했다. 선수들의 입가와 앞치마가 빨간색으로 물들 때쯤 행사는 종료됐다. 좋은 일도 하고, 맛있는 김치도 부수입으로 올린 선수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이 김치가 뜻 깊은 곳에 전달되길 한마음으로 바랐다.

행사를 함께 한 김용희 감독은 “명칭은 나눔 행사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이 지금까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이 얼마나 많은가. 나눔이 아니라 프로야구단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이 김치가 가정에 전달될 때 가슴이 따뜻해지는 매개체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행사 소감을 밝혔다.
SK는 이날부터 오는 10일까지 ‘행복더하기 겨울나눔 릴레이’ 봉사활동을 이어간다. 이날 인천광역시청에 열린 ‘행복김치나눔’을 비롯, 같은 시간에는 박정권 신재웅 박정배 정의윤이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행복드림팬사인회’를 열었다. 오후 3시 30분부터는 인천광역시 남구청 대회의실에서 ‘지역아동센터와 함께하는 해피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
이 외에도 9일에는 이재원 선수가 한길안과를 방문, 15시즌 이재원 선수의 안타 개수만큼 적립된 ‘행복한 EYE기금’으로 무료 수술을 받은 어린이 환자를 위문한다. 그리고 10일에는 최정, 이재원, 박종훈 선수가 ‘제 13회 SK행복나눔바자회’에 참가해 주요 선수들의 패밀리 유니폼, 밀리터리 유니폼, 그린 유니폼 등 기증품을 판매한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국내 저소득 가정의 겨울 난방비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