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황재균 실패, MLB행 러시 주춤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2.06 06: 20

류현진(28, LA 다저스)의 미국 진출 이후 ‘붐’이 일었던 메이저리그(MLB)행 러시가 다소 주춤해질 것인가. 손아섭(27)과 황재균(28)이 연속으로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에 실패한 가운데 후발 주자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손아섭과 황재균은 포스팅을 통한 MLB 진출을 선언하고 각각 입찰을 받았으나 모두 “응찰팀이 없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받았다. 이런 예상외의 무관심에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물론 실력이 MLB 팀에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점이 기본이다. 그러나 포스팅 선언 시점이 너무 늦어 두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것도 패착으로 지적된다.
한 관계자는 “손아섭도, 황재균도 관심을 가진 구단들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지켜볼 시간이 짧았고 포스팅 금액 때문에 비용이 뛸 것을 걱정한 구단들이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재균은 당장 내년 시즌을 뛰면 FA 자격을 얻고, 손아섭도 2017년 시즌 후에는 역시 자유로운 신분이 된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두 선수도 1~2년 뒤를 MLB 도전을 재추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최근 붐이 일었던 스타들의 MLB행에 대한 신중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KBO 리그는 최근 스타 선수들의 상당수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을 선언하는 일종의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2013년 류현진이 포스팅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 대박을 쳤고, 2015년 강정호(28, 피츠버그)가 피츠버그에서 ‘KBO 야수’들의 선입견마저 깨버리면서 이런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박병호(29, 미네소타)까지 2013년 이후에만 세 명의 스타들이 포스팅을 통해 태평양을 건넜다.
한 현직 감독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는 별개로 선수들은 굉장히 자존심이 강하다. ‘내가 저 선수보다 못할 것이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선수들은 ‘나도 MLB에 가면 저 정도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아무래도 우리 팬들 역시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막연히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최근 MLB 진출 러시는 선수들 간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도 있을 것이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여기에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도전 의식, 그리고 명예와 부까지 고려할 때 MLB 도전은 선수들에게 참기 힘든 유혹이다. 최근에는 MLB 팀들의 관심이 늘어나 심리적 도달 거리가 줄어들었고 MLB 도전을 부추기는 일부 에이전트들의 입김까지 가세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직 MLB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이대호 오승환 김현수)가 있어 당분간 ‘MLB의 공습’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성공 사례는 물론 실패 사례도 쌓이면서 ‘신중론’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포스팅을 통한 MLB 도전은 당분간 해당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김광현(SK) 양현종(KIA)에 이어 손아섭 황재균까지 네 명의 선수가 포스팅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한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확실한 실적을 보인 네 선수도 쓴맛을 봤다. 확실한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네 선수보다 경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포스팅 참가를 주저하는 경향이 확산될 수도 있다”라고 점쳤다.
여기에 국내 시장 상황도 고려할 수 있다. 이미 FA 시장은 4년 총액을 기준으로 100억 원 시대에 진입하기 일보직전이다. 지난해 최정(SK, 4년 86억 원) 윤석민(KIA, 4년 90억 원)이 투타 최고액을 썼지만 기록 유효기간은 1년이었다. 올해 박석민(NC, 4년 최대 96억 원)이 양쪽의 금액을 모두 경신했다. 정우람(한화, 4년 84억 원)도 불펜 최고액을 다시 썼다. 만약 김현수가 MLB 진출을 선언하지 않았다면, 100억 원 시대 개막은 확실시됐다.
이 에이전트는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은 MLB에서 처음부터 많은 몸값을 받기는 힘들다. 신분도 불안하다. 사실상 한국에서 FA를 선언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더 이익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한 자리도 보장된다”라면서 “특별한 도전 욕구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길게 봤을 때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는 무조건적인 도전보다는 전후 사정을 잘 파악한 좀 더 합리적인 선택 기조가 확산될 것이다. 일본도 비슷한 흐름이다”라고 전망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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