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구단의 부름을 기대하며 시장에 나왔지만 예상보다도 관심은 싸늘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지 못한 고영민(31)과 박재상(33)이 이제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신분을 얻었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인 원소속구단 복귀마저도 진통이 예상된다.
원소속구단 협상기간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시장에 나온 두 선수는 타 구단 협상 기한이었던 5일까지도 이렇다 할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이제 두 선수는 6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모든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이 FA 대박을 치는 동안 추운 겨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신분은 좀 더 자유로워졌지만 현실은 더 어두워졌다. 보상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타 구단들이 두 선수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별한 대형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판을 접을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두 선수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원소속구단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며 팀에 잔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친정과도 합의에 이르는 데는 진통이 예상된다.

두 선수의 원소속구단인 두산과 SK는 1차 협상 당시 최근 시장가 기분을 느끼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기간도 짧았다. 이에 두 선수는 이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왔으나 오히려 찬바람만 실감했다. 이제 협상의 주도권을 쥔 것은 구단들이다. 시장의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에서 1차 제시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쥐어 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오히려 더 깎인 금액을 제시할 공산이 더 크다. 이는 지난해 사례에서도 확인이 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두산과 SK는 두 선수와의 협상을 급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여유가 있는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산은 오재원이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잔류 협상을 벌어야 한다. SK는 3명이나 되는 보상선수 지명 전략을 논의하느라 정신이 없다. 선수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이상 이 절차를 모두 끝낸 뒤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렵게 차려진 협상 테이블에서도 무난한 합의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1차 협상 제시액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두 선수다. 만약 구단이 이를 더 깎겠다고 나설 경우 이미 한 차례 자존심이 상한 선수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 관계자는 “두 선수의 최초 제시액을 고려했을 때 이보다 더 깎을 경우 사실상 연봉 협상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라면서 “계약금이 얼마 되지 않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추운 겨울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