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강팀들의 구애보다는 역시 돈이었다. 잭 그레인키(32)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한 애리조나의 손을 잡았다.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가 했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판도에도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
FOX스포츠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5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와 그레인키가 6년 계약에 합의했다. 신체검사만 남겨두고 있으며 통과할 경우 계약이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레인키의 계약은 현재 6년 2억650만 달러라는 것이 정설로 통하고 있으며 이 중 6000만 달러는 그레인키의 계약이 끝난 뒤 5년간 지급되는 ‘지불 유예’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연 평균 금액(약 3440만 달러)은 메이저리그(MLB) 역대 최고를 다시 쓰는 신기록이다.
의외의 결과였다. 당초 그레인키 영입전에 가장 관심을 보인 팀은 원 소속팀이었던 다저스와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였다. 이미 지난 3년간 그레인키의 위력을 실감한 다저스는 그레인키 잔류에 사활을 걸었다. 5년간 연 평균 31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진 보강’이 이번 오프시즌의 가장 큰 줄기였던 샌프란시스코도 필사적이었다. 그레인키를 영입해 자신들의 전력 향상은 물론 라이벌 팀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일석이조’를 꿈꿨다. 하지만 애리조나의 사막발 돈다발 앞에 이들의 꿈은 사라졌다.

애리조나의 올 시즌 문제점은 마운드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외부 수혈이 뜸했고 여기에 유망주들은 부상으로 제대로 만개하지 못했다. 올해 팀 평균자책점은 4.04로 내셔널리그 9위였다. 다저스(3.44), 샌프란시스코(3.72)보다 떨어졌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37로 리그 11위에 머물렀다. 소화이닝은 887⅓이닝으로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쓰는 콜로라도(857⅔이닝)을 제외하면 리그 꼴찌였다.
두 자릿수 승수 투수는 루비 델라로사(14승9패) 한 명뿐이었다. 20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선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은 투수는 로비 레이로 그나마 3.52였다. 확실한 에이스도 없었고, 선발진이 두껍지도 못했던 셈이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이번 그레인키 영입으로 확실한 선발진 보강을 이뤄냈다. 계약의 유용성은 논란이 따르지만 그레인키가 적어도 2~3년 정도 더 전성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확실한 에이스 카드의 가치는 중요한 순간 더 환하게 빛나기 마련이다.
현재 애리조나는 마에다 겐타의 포스팅에 관심을 갖는 등 적어도 1명 정도의 선발 자원을 더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받고 있다. 다른 포지션의 보강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예상대로 애리조나가 그레인키에 그치지 않는다면 내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판도에 폭풍이 될 수도 있다. 애리조나는 타선 자체가 좋은 팀이기 때문이다. 애리조나는 올해 2할6푼4리의 팀 타율을 기록해 리그 3위를 차지했으며 OPS(출루율+장타율)도 0.738으로 3위였다. 720점의 득점은 콜로라도(737점)에 이은 리그 2위였다.
여기에 그레인키를 잃은 LA 다저스의 전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다저스는 그레인키의 이탈과 부상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의 큰 구멍이 생겼다. 샌프란시스코 또한 아직까지는 팀 전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올해 지구 3위(79승83패)를 기록한 애리조나는 선두 다저스와 13경기, 2위 샌프란시스코와 5경기 차이였다. 현 시점에서 이 차이가 줄어들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