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을 놓고 볼 때 생각대로 서브가 들어가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OK저축은행은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서브로 확실히 기선제압을 한 OK저축은행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연승으로 연패 후유증에서 완벽히 탈출했다.
OK저축은행은 6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강약이 잘 조절된 서브로 상대를 몰아붙인 끝에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승점 3점을 추가한 OK저축은행(승점 32점)은 2위 현대캐피탈(승점 27점)과의 승점차를 벌리며 선두를 지켰다. 4연패 뒤 2연승이다.
11월 중순 이후 경기력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양상을 보였던 OK저축은행이었다. 시즌 중 2~3번은 찾아오는 고비가 올 시즌 처음으로 찾아왔다. 그렇게 속절없이 4연패에 빠졌다. 강호로 도약한 지난 시즌 이후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터널에 선수들도 당황했다. 2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기고 한숨을 돌렸지만 김세진 감독은 “블로킹, 약속된 플레이에서 아직 보완할 점이 있다. 이겼으니 다행인 경기”라고 경계심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한 차례 쓴약을 마신 OK저축은행은 더 강해져 있었다. 대한항공전 승리를 계기로 흐름을 찾은 OK저축은행은 연패 후유증을 허락하지 않았다. 1세트부터 몸놀림이 가벼웠다. 서브면 서브, 블로킹이면 블로킹, 공격이면 공격이 모두 수월하게 이뤄졌다. 선수들도 연패 탈출에 여유를 찾은 듯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했다. 빈곳을 구석구석 찌를 수 있는 눈들이 돋보였다.
시발점은 역시 서브였다. 적재적소에 들어간 OK저축은행의 서브에 우리카드의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다. 꼭 강서브만이 아니었다. 연타로 빈곳을 찌르는 서브도 효과를 발휘했다. 이는 우리카드의 무리한 공격, 그리고 OK저축은행의 블로킹으로 공식처럼 이어졌다. 여기에 시몬이 든든하게 블로킹 중심을 잡자 김규민 등 다른 선수들의 높이도 빛날 수 있었다. 2세트까지 블로킹은 8-2, 서브는 5-1로 압도했다. 2세트 들어 상대 토종 라인업에 다소 고전하기는 했으나 3세트 들어 다시 위력을 발휘한 서브는 폭탄마냥 우리카드 리시브 라인을 폭격했다.
반대로 우리카드는 리시브 라인이 허물어지며 공격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강서브는 그렇다 하더라도 높낮이를 조절한 서브에도 수비수들의 발걸음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1세트에서는 전체 21개 중 정확한 리시브는 10개에 불과했고 3세트에서는 22개 중 5개만을 정확히 세터 위로 보내는 데 그쳤다. 이런 리시브로는 어떤 공격 전술도 효율적으로 펼치기 어려웠다.
이날 OK저축은행의 서브 득점은 총 10점으로 우리카드의 1점을 압도했다. 특히 개인통산 한 경기 최다 서브 득점이 2점이었던 송희채는 이날 연타 서브로 재미를 보며 총 4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다. 에이스가 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상대의 공격 기회를 완전히 무력화하는 서브도 여러 차례 나왔다. “좋은 서브가 가장 좋은 공격의 시작”이라는 평범한 명제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안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