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훈 "32살 투수 도전, 포기하지 않겠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2.07 05: 59

투수로 다시 첫 발을 내딛은 오장훈(31, 두산 베어스)에게 포기란 없다.
홍익대 시절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이기도 했던 오장훈은 프로에 와 타자로 활동하다 시즌 중 한용덕 투수코치의 권유로 방망이를 놓고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평소 캐치볼을 할 때도 힘이 실린 공을 던지던 그는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9월 1군 마운드에도 올라 1이닝(1피안타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소화했다.
하지만 아직 투수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한 달 뒤면 우리나이로 33세가 되는 초보 투수는 지난달 끝난 마무리훈련에도 참가해야 했다. 오장훈은 "마무리훈련 기간에 공을 많이 던졌다. 안에 있는 것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100개에서 150개 사이를 던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야수 때는 115kg까지 나갔던 체중을 110kg으로 줄였다. 장점이 묵직한 빠른 볼이기 때문에 105kg까지만 빼고 계속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생각이다. 감독님도 묵직한 볼이 장점이니 그걸 살리라고 하셨다. 기존에는 변화구가 슬라이더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포크볼을 익히고 있다"라며 새로운 구종도 연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본 오장훈에 대해 "공에 힘은 있지만 세트 포지션 상태에서 던지는 모습을 봐야 한다"라는 말로 자세한 평가를 유보했다. 본인 역시 "와인드업 하고 피칭을 하는 것과 달리 (주자가 있을 때) 세트 포지션에서 던질 상황이 없었다"라고 간단히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번에 연습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며 희망적인 부분도 언급했다.
투수 전향이 가능했던 것은 좋은 어깨를 가진 덕분이다. 지난해 오장훈은 1군에서도 140km 초반의 공을 보여줬고, 퓨처스리그에서는 145~6km까지 나왔다. 물론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타자들에게 주는 위압감이다. "구속보다 볼 끝 움직임과 무게가 중요하다. 타자가 생각했을 때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보다 무겁게 느껴지면 지고 들어간다. 투수는 그 느낌만으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오장훈의 의견이다. 타석에서도 경험해본 감정일 것이다.
성공적으로 적응하게 되면 불펜에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는 "난 길게 던지는 투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이닝을 완벽히 막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스프링캠프나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내 무기를 가지고 동료들과 경쟁해보고 싶고, 1군 타자들과 상대해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야구인생에서 단맛만 본 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성공을 약속하는 대신 겸허한 경쟁을 1차 목표로 내걸고 있다. 오장훈은 "32살에 시작한 도전이 어떻게 끝날진 모르겠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붙어보고 싶고, 확인하고 싶다.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다. 올해 1군에서 한 번 보여줬으니 불펜투수로서 기존 투수들과 한 번 붙어보고 싶은 게 목표다"라고 차분히 말했다. 오장훈이 경쟁그룹에 들어오면 두산의 투수진도 새로운 옵션 하나를 얻게 된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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