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선수 지명을 놓고 눈치싸움을 벌였던 LG와 SK가 '최승준'이라는 카드로 합의를 봤다. 이 선택이 양쪽에게 얼마나 합리적이었는지는 시간만이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LG와 SK가 최근 추구하고 있는 노선의 차이는 확실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SK는 6일 "FA로 이적한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최승준을 지명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LG는 지난 11월 29일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포수 정상호를 4년 총액 32억 원에 영입했다. 이에 SK는 정상호의 연봉 2배(4억6000만 원)와 보상선수 최승준을 받는 것으로 이번 절차를 마무리했다.
SK는 "2013시즌 퓨처스리그 홈런왕 출신인 최승준의 ‘우타 거포’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했고,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특성에 적합한 선수라고 판단해 최승준을 선택했다. 또한, 인천지역(동산중-동산고) 출신인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SK 측에서는 장타 잠재력이 있는 최승준을 영입한 것에 대해 상당 부분 만족하고 있다. 비록 1군에서 보여준 실적은 없지만 아직 많지 않은 나이고 리그에 거포 유망주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긁어볼 만한 복권이었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반대로 LG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LG는 이번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투수 유망주를 많이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야수 유망주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두 팀의 선택을 본 야구 관계자들은 "양측이 추구하고 있는 노선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경기장에 대한 맞춤 전략이라는 것이다.
LG는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 좌우 100m, 중앙 125m로 메이저리그 구장 못지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런 잠실에서는 자연히 홈런이 많이 나오기 어렵다. 반대로 좋은 투수력이 있다면 이 조건을 십분 이용할 수 있다. 야수진에서는 오히려 드넓은 좌중간을 활용하거나,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빠른 발이 상대적으로 더 큰 전략적 가치를 갖은 것이 전례였다. 21세기 들어 두산은 이런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반대로 LG는 거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팀이었다. 드넓은 잠실에서도 홈런을 펑펑 때릴 수 있는 '거포'는 LG의 로망처럼 보였다. 물론 이런 큰 구장에서 통하는 홈런타자를 갖춘다는 것은 타 팀이 갖추지 못한 확실한 무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LG가 기대를 걸었던 많은 거포 유망주들은 결국 알을 깨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구장 규모가 작은 다른 팀으로 가 대형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았다. 김상현 박병호 정의윤과 같은 선수들이다.
이런 LG와 반대 지점에 있는 팀이 SK다. SK는 구장 규모가 작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홈으로 쓴다. 좌우 95m, 중앙 120m로 좌우가 짧은 축에 속한다. 이런 구장에서는 홈런 타자가 상대적으로 힘을 더 쓸 수 있다. 그러나 SK는 21세기 들어 '벌떼야구'로 대변되는 마운드와 베이스러닝 등 상대적으로 스몰볼에 가까운 야구를 주로 했다. 분명 홈런이 적은 팀은 아니었지만 '공격 앞으로'의 이미지의 팀도 아니었다.
그렇게 투수력에 신경을 썼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거포 자원 육성의 실패로 이어졌다. SK는 지난 시즌 팀 장타율과 팀 홈런에서 모두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시즌 막판 트레이드로 가세한 정의윤이 없었다면 이 수치는 더 떨어졌을 것이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SK도 적극적인 거포 유망주 수집과 함께 '공격'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두 팀의 기조 차이는 앞으로도 뚜렷하게 갈라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내년 성적에 어떤 유의미한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단순히 'LG를 떠났다'라는 명제로만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