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외국인선수 없이 토종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아직 대체 외국인선수가 합류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7일 삼성화재와 3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6-24 21-25 25-17 26-24) 승리를 거뒀다. 괴르기 그로저를 앞세워 7연승 행진을 달리던 삼성화재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그것도 외국인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는 대한항공이라 더욱 인상적인 승리였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2일 외국인선수 마이클 산체스가 자체훈련 도중 오른 손등이 골절됐다. 곧장 수술대에 오르는 바람에 시즌 아웃되는 비상이 걸렸다. 산체스가 빠진 첫 경기였던 지난달 23일 삼성화재전에서 세트 스코어 3-0 완패를 당하며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산체스 없이 1위 OK저축은행을 맞아 풀세트 승리를 따냈고, 7일에는 삼성화재의 연승 행진까지 멈춰 세웠다. 산체스의 부상 이후 외국인 없이 치른 5경기에서 2승3패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순위도 3위를 지키며 선두 추격권을 유지하는 중이다.
산체스가 빠졌지만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특히 산체스의 빈자리인 라이트에 들어간 신영수가 레프트 김학민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것이 크다. 여기에 막내 정지석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삼각편대를 형성, 외국인 없이도 다양한 공격루트를 구축했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외국인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터도 좋고, 공격수들이 국내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맞는 수비와 리시브만 뒷받침되면 경기를 운용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듯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학민도 "우리는 외국인선수가 있을 때도 그쪽에만 집중되는 팀이 아니었다. 선수들 각자 맡은 역할을 잘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어떤 한 팀도 쉽게 압도하지는 못해도 자기 역할을 잘하면 어느 팀과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서로 도와가며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외국인 핸디캡을 안고 있을 수 없다. 김종민 감독은 "이렇게 이기는 것도 1~2경기이지 앞으로 외국인선수가 없으면 힘들다. 곧 대체 외국인선수를 부를 것이다. 지금 영입 작업이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김학민도 "순위 싸움이 치열한데 대체 외국인선수가 들어오면 확실히 반전 계기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