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모이는 집합체인 미국 메이저리그(MLB)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한국에 이어 일본 무대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친 이대호(33)가 본격적인 MLB 도전에 나섰다. 계약과 함께 귀국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전 소속팀이었던 소프트뱅크의 옵션 행사를 미뤄둔 채 MLB 도전에 나선 이대호는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대호는 8일부터 미 테네시주 네슈빌에서 열리는 윈터미팅에 참가해 현지 분위기를 익히는 동시에 홍보전에 나선다. 이대호는 출국 전 가진 인터뷰에서 “(계약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4~5개 팀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팀명은 듣지 못했다. 현지 에이전트와 이야기를 해보겠다”라며 MLB의 관심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사안에 따라 기준은 나뉜다. 딱히 원하거나 선호하는 팀은 없다. 단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이면 좋고,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라면 더 좋다는 게 이대호의 생각이다. 다만 연봉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생각해 놓은 것은 있지만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른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느 정도 설정해 둔 선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만하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헐값에는 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자신감이 있다고 당당히 말한 이대호다. 올해 MLB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거포 1루수 자원이 수요에 비해 그렇게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병호(미네소타)가 1285만 달러라는 비교적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사정이 한몫을 했다. ‘1루 최대어’인 크리스 데이비스의 거취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움직임 자체는 크지 않지만 틈새시장은 분명히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호와는 달리 FA 자격 선수라는 점은 확실한 이득이다. 포스팅을 거치는 것이 아닌, 완전한 자유경쟁이라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일수록 몸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만 34세가 되는 나이로 봤을 때 아주 긴 장기계약을 맺기는 쉽지 않아 보이나 2~3년 정도 활용을 원하는 팀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아주 긍정적인 시장 전망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이지도 않다.
때문에 윈터미팅에서의 최대 관건은 홍보다. 한국과 일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이대호는 MLB에서는 아직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여기에 한·일의 야수들을 보는 MLB의 시각은 여전히 저평가다. 그런 측면에서 윈터미팅만한 기회가 없다. 30개 구단 관계자들이 모두 모이고 수많은 언론 관계자들도 함께 한다. 관계자들은 윈터미팅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열거나 홍보물을 통해 선수들의 가치 향상에 공을 들일 수 있다.
이대호가 이야기한 4~5개 팀의 관심이 진지하다면 윈터미팅 기간 중 계약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적절한 선의 연봉, 그리고 이대호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요구 조건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면 굳이 계약을 뒤로 미룰 필요가 없다. 다른 1루나 지명타자 자원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변심’의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계약서에 사인하고 MLB 도전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대호는 “계약이 되든, 그렇지 않든 13일에 귀국해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국길에서 당당했던 이대호가 귀국길에서는 선물을 안고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