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레전드라 대우한 것이 아니다.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한 대우다. 전북 현대라는 옥토와 이동국이라는 늘 푸른 소나무의 관계는 9년을 이어가게 됐다.
파격적인 대우가 아닐 수 없다. 이동국이라는 인물에게는 파격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년이면 만 37세가 되는 선수에게 다년 계약과 올해 연봉에 가까운 연봉을 다시 안겨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보자. 강호 첼시는 만 30세 이상의 선수에게 절대 2년 이상의 계약을 제시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1년 계약만 제시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라이언 긱스도 나이가 든 후에는 1년마다 계약을 다시 맺었다.

하지만 전북은 이동국이 원하는대로 2년 계약을 안겼다. 당초 전북은 1년+1년 계약을 원했지만, 협상 끝에 이동국이 원하는 2년 재계약안을 제시했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후 이동국이 세운 업적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레전드 대우만 한 건 아니다. 이동국이 계약기간인 2년 동안 재계약안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2년 전 재계약 때도 '노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2년 연속 13골을 넣으며 준수한 공격수의 모습을 보였다.
늘 푸른 소나무와 같은 모습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항상 늘 푸른 소나무처럼 전북을 지켜주는 이동국이다"고 빗댄 바 있다. 이동국이 꾸준한 경기력으로 전북에 4회 우승을 안기며 명문화를 도왔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행동으로 팀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푸른 소나무와 같은 모습은 전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동국은 올해 MVP에 꼽히면서 "축구를 하면서 한 번도 MVP를 받지 못 하는 선수들도 많다. 4번을 수상한 만큼 감동스럽다. 전북이 아니었다면 수상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K리그 득점왕 및 도움왕, 베스트 11 5회 선정, MVP 4회 선정,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및 MVP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전북에 입단한 이후 세운 경력이다. 이동국의 푸르름은 전북이라는 옥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