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전 감독, 장성호 은퇴에 떠올린 추억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12.09 05: 58

"처음부터 싹수가 있었다". 
지난 7일 20년 프로 생활을 마감하며 현역 선수 은퇴를 선언한 '2100안타의 사나이' 장성호(38). 그의 야구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김응룡(74) 전 한화 감독이다. 해태에서 데뷔하던 때 장성호에게 작정하고 기회를 준 스승이 바로 김응룡 전 감독이었다. 그리고 한화 부임 직후 트레이드로 그를 내보낸 사람 또한 김 전 감독이란 점에서 아이러니한 인연이었다. 
김 전 감독은 20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장성호는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올 때부터 장래성이 있는 선수였다. 나는 싹수가 있는 선수라면 처음부터 3~4번에 쓰곤 했다. 홍현우와 장성호가 그런 케이스였다. 방망이 치는 것에 소질이 있는 장성호라면 장래 팀의 중심타선을 칠 것으로 봤다. 당장 실력으로 부족해도 자신감 갖고 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래도 2000안타 넘게 칠 줄은 몰랐다"고 회상했다. 

충암고를 졸업한 뒤 1996년 2차 1번 전체 6순위로 해태에 지명된 장성호는 프로 데뷔전이었던 1996년 4월13일 광주 쌍방울전부터 3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데뷔전부터 2루타 2개 포함 4타수 3안타를 터뜨렸다. 1996년 첫 해 71경기 타율 2할6리로 고전했지만 김응룡 감독의 믿음아래 1998년부터 3할 타자로 발돋움했다. 
장성호에게 병역 문제를 해결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김응룡 감독의 적극 추천이 있었다.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맡은 김 감독이 해태 선수 중 유일하게 장성호를 데려갔고, 동메달과 함께 장성호는 병역혜택을 받았다. 이는 그가 2005년 시즌을 마치고 만 28세의 나이에 FA 42억원 대박을 친 계기가 됐다. 김 감독은 "내가 적극 추천한 것보다 당시 선발위원들이 합의를 본 것이다"고 말을 아꼈지만 그의 힘이 컸다. 
김 감독은 2000년을 끝으로 해태를 떠난 뒤 삼성의 감독·사장을 거쳐 2012년 10월 한화 사령탑으로 컴백했다. 한화에 먼저 몸담고 있던 장성호와 재회로 화제를 모았으나 김 감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기른 제자를 트레이드로 떠나보내는 비정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프로가 그런 것 아니겠나. 그때는 장성호의 몸이 여기저기 안 좋았고, 마침 롯데에서 원해 트레이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성호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김 감독에게도 그의 은퇴 소식은 세월무상을 느끼게 했다. 김 감독은 "선수는 누구나 은퇴를 하게 되어있다. 그동안 열심히 뛰고 은퇴했으니 이제는 또 다른 인생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도자가 된다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코치가 됐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한편 장성호의 현역 은퇴와 함께 역대 최고 왕조를 구축한 해태 타이거즈의 '검빨' 유니폼을 입어봤던 현역 선수는 얼마 남지 않았다. NC 이호준, LG 정성훈, kt 김상현, 롯데 강영식, 한화 김경언으로 5명밖에 되지 않는다. 김응룡 감독은 "이제 해태 선수가 그것밖에 남지 않았나. 다들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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