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SC 프리미어12 이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투수 이대은(26, 지바롯데 마린스)이 더 나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다짐을 꺼냈다.
프리미어12를 마치고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등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르던 이대은은 곧 2016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앞서 지난 8일에는 병원에서 팔꿈치와 어깨 등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어 걸림돌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이달 중순 이후에는 슬슬 훈련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 보낸 첫 시즌인 올해 37경기에 나선 그는 9승 9패 4홀드, 평균자책점 3.84로 시즌을 마쳤다. 누군가는 절반의 성공이라 했지만, 더 짙게 남은 것은 아쉬움이었다. 이대은은 "9승에서 연패를 하는 바람에 아쉬운 부분이 더 컸던 것 같다. 너무 잘 하려고 해서 힘이 들어갔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중요한 시기에 만족스러운 피칭을 하지 못했다"라고 돌아봤다.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은 과감한 승부를 펼치지 못한 점이다. 이대은은 "9승 이전에는 괜찮았는데 9승을 한 뒤부터는 잘 풀리지 않았다. 맞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볼넷이 많아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돌아서거나 한때 2군에 내려갔다 온 것에 대해서는 "아쉽긴 한데 내가 잘 하지 못해서 팀이 그렇게 결정한 것이니 따라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은 일본에서 뛰고 있지만,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몸담던 시절 이대은은 메이저리그 수준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마이너리그 투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언제 메이저리그와 가장 가까웠다고 느꼈는지 묻자 "2014년이라고 생각한다. 기복이 많이 줄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으로 트리플A에 승격됐던 당시 그는 더블A와 트리플A 합계 8승 6패, 평균자책점 3.42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계속하지 않고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있었다. 그를 일본으로 이끈 것은 분명한 목표의식이었다. 이대은은 "트리플A에 있었던 지난해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지만, 메이저리그에 대한 바람은 있었는데 뭔가 1%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일본에서 기회가 왔을 때 일본의 섬세한 야구를 배워보고,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모습을 보면 발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일본행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대은에게 일본은 아직도 메이저리그를 위한 발판이다. 빅리거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뭔가 깨우치면 분명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계약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일본)서 잘 배우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드러냈다.
외모가 인기의 일정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잘생긴' 야구선수보다 잘생긴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것이 이대은의 마음이다. "잘생겼다는 얘기만 듣다 보니 빨리 야구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실력으로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로 이대은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 번 바꾸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팀에 더 많은 승리를 안기는 가운데 자신도 올해 이루지 못한 1승을 채워 10승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대은은 "외국인 선수이니 팀에 좀 더 기여하고 싶다. 예를 들어 내가 이기지 못해도 8이닝 무실점했다면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10승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히 표현했다. /nick@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