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서 첫 시즌을 보낸 루키 남경호(19, 두산 베어스)가 더 빛나는 미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1군 진입에 성공한 남경호는 정규시즌 5경기에서 9이닝을 던지며 6실점했다. 기록보다는 9이닝 동안 10탈삼진을 잡았을 정도로 과감하게 타자들과 맞붙는 패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신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됐고, 선배들과 함께 우승을 경험했다.
포스트시즌엔 시련도 있었다. 유일한 등판이었던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홈런 2개를 허용하며 1이닝 3실점한 것. 이날을 돌아보며 그는 "(최)재훈이 형이 원래 패스트볼 사인을 많이 내는 편인데 그땐 더 많았다. 긴장도 많이 했고, 타자들이 노림수를 많이 갖고 들어온 것 같다. 무엇보다 그때 나온 실투는 다 높았다.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나서 '변화구도 섞고 제구도 더 잘했어야 하는데…' 하고 많이 아쉬워했다. 그래도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래도 팀이 우승했으니 아픈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다. 남경호는 우승 소감에 대해 "소름 돋을 정도로 선배님들이 멋있었다. 정규시즌 중에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점수가 나도 악착같이 어떻게든 1점이라도 더 얻으려 노력하고, 지고 있을 때도 힘을 모아서 결국 쫓아가 역전하고 지켜내는 선배님들의 모습이 정말 대단해보였다"라고 이야기했다.
프로에서 보낸 첫 시즌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시간과도 같았다. "정말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 남경호는 "사실 올해 초부터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 퓨처스리그에 내려가고 나서도 성적이 좋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부족하다고 생각한 점은 역시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제구력이다. 그는 "올해 1군을 경험하고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무엇보다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 '투수는 절대 공이 높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실제로 경험하니 확실히 1군은 달랐다. 이번 마무리훈련에서도 최대한 낮게 (타자의) 무릎 높이로 공을 던지고 변화구도 스트라이크존 안에 집어넣을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느낀 점과 보완할 점은 연결된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제구력을 가장 많이 다듬을 계획이다. 또 이번 시즌엔 2이닝째에 구속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근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 부분도 겨울 동안 중점적으로 보완하려고 한다"는 것이 남경호의 계획이다.
"올해 잘한 것은 아니다. 다른 분들이 좋게 평가해주셨어도 만족하지 않고 더 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한 남경호는 다음에는 주연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직 믿기지 않는다. 팀이 14년 만에 우승해 오래 기다리신 선배님들도 많은데 나는 그 느낌을 전부 알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가슴이 벅찼고 꿈만 같았는데 다음엔 내가 저 형들과 함께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며 주인공이 되겠다는 당찬 각오를 꺼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