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께서 기대해주신 것에 못 미쳐 아쉽고 죄송하다".
한화 우완 강속구 투수 박한길(21)이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롯데는 지난 9일 한화로 이적한 심수창의 FA 보상선수로 박한길을 지명했다.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박한길은 한화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롯데도 그의 장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과감하게 뽑았다.
박한길은 "보호선수 명단에서는 빠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래도 막상 팀을 떠나게 되니 멍하다. 가장 아쉬움이 드는 건 부상이다. 많이 아팠고, 재활기간이 길었다. 제대로 야구한 것도 고작 올해 반년이다"며 "지금도 무릎 재활을 하고 있지만 잘되고 있다. 롯데에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 지명에서 2차 4번 전체 44순위로 한화에 지명 받은 박한길은 그러나 입단 직후였던 2013년 11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고, 2014년 7월에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했다. 이로 인해 재활기간이 길었지만,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올라 강속구를 뿌리기 시작했다. 특히 4월30일 화성 히어로즈와 2군 퓨처스 경기에서는 9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이 박한길을 다듬기 시작한 5월 초에는 "2군에서 150km를 던지는 재미있는 투수가 있다"고 말하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7월말 육성선수 신분이었던 박한길을 1군에 정식선수로 등록하며 활용했다. 올 시즌 1군 성적은 10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56, 2군 성적은 19경기 3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6.72이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해였다.
박한길은 "감독님께서 재미있는 투수라고 말씀하셔서 많이 유명해졌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저를 좋게 봐주셨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쉽고 죄송하다. 올해 너무 못해서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자책했다.
비록 2년밖에 있지 않았지만 한화에서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다. "권혁 선배님, 이양기 선배님, 송은범 선배님, 이희근 선배와 박성호 선배까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특히 권혁 선배님은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 '자신 있게 네 공을 던져라. 똑바로 던지면 된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다. 한화 선배님들이 준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 박한길의 말이다.
롯데에서는 투수로서 한 단계 더 발전을 꿈꾼다. 박한길은 "앞으로 제구력과 결정구를 보완하고 싶다. 결정구로는 빠르게 휘거나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해서 범타도 많이 나오고, 헛스윙도 많이 유도할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화를 떠나 롯데에서 새출발하는 '재미있는 투수' 박한길. 향후 거인 마운드의 희망이 될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