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남'처럼 된 '님' OGN-라이엇, 돌파구를 찾아라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5.12.10 07: 37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다.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이되는 현실을 묘사하는 말이지만 몇 년간을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던 이들에게 이런 표현은 곧 처절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e스포츠계를 달구고 있는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분할중계 이슈로 공방전 양상을 벌이고 있는 OGN과 라이엇게임즈가 이번 e스포츠 엿보기의 주인공들이다. OGN 표현을 따르면 '기습적인' 라이엇게임즈의 발표였고, '팬 포커스'라는 철학을 앞세운 라이엇게임즈는 스프링 시즌 부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서머시즌 부터는 분할 중계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2012시즌 든든한 동반자 관계로 출발해 LOL e스포츠를 어엿한 스포츠 종목의 반열에 올려 놓은 두 파트너의 갈등이 안타깝지만 이번 양쪽의 첨예한 대립이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사태의 시작점을 보는 관점은 주체사들 마다 다르다. OGN의 경우 형제팀이 체제의 토너먼트식 구조로 출발했던 롤챔스가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나온 후유증이 결국 곪아 터졌다는 입장이다. 8팀에서 10팀 확장도 무리라는 말을 하고 있다. 당연히 팀 숫자가 늘었으니 경기 숫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고 정해진 수순대로 결국 스플릿 운영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라이엇게임즈 입장에서는 OGN의 이런 논리가 마냥 섭섭하다. 토너먼트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풀리그 방식의 리그제로 개선했고, 단기적으로는 마이너스 일 수 있지만 리그의 체계를 갖추고자 의견을 개진할 때마다 가장 반대가 심했던 쪽은 가장 믿었던 OGN 이었다.
물론 자선사업을 하는 단체가 아닌 만큼 당장의 매출액과 이익이 줄어드는 OGN에 이번 처사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 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번 라이엇게임즈의 결정에 분할 중계라는 관점에만 관심이 쏠린 뿐 궁극적으로 라이엇게임즈가 추구하는 방향으로는 이야기 진행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당초 라이엇게임즈가 바라던 상황은 단순한 분할중계가 아닌 OGN과 새롭게 들어서는 방송사의 동시중계가 목적이었다. 당장 2016시즌부터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빠른 시간안에 동시 중계로 팀들의 부담과 팬들의 편의성을 높여 리그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 라이엇게임즈의 목표였던 것.
일각에서는 이런 시각에 대해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아니면 힘들다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지만 라이엇게임즈의 생각은 좀 다르다. 1개 방송사 하루 한 경기 중계로 동시 중계를 할 경우 경기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라이엇게임즈의 생각이 나오기에는 지난 2015시즌 목요일 낮경기나 평일 두 경기 체제에 불만을 표현한 팬들과 프로게임단들의 건의에서 출발됐다.
프로게임단들은 낮 12시부터 하는 목요일 경기의 경우 팬들의 보기 힘든 점도 문제지만 선수들의 경기력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었고, 팬들은 두 경기 중 인기팀의 경기가 배치된 날의 경우 돈주고도 표를 구매하지 못했던 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고민이 이렇게 까지 불협화음으로 터져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도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데 있다. 실무자들부터 양측의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저을 정도로 감정이 상한 마당에 리그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최근 협회에서 라이엇게임즈의 국내 e스포츠 투자액을 100억 가깝다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는 것 처럼 돈쓰고 욕먹는 상황도 기가 찰 것 같고, 이제까지 뼈 빠지게 만들었는데 왜 내놔야 하느냐는 주장도 터무니없지는 않다. 현 사태가 난제 중의 난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안한 동반 관계는 언제 또 다른 사건을 만들지도 모른다.
라이엇게임즈나 OGN 양측의 대승적인 결단으로 이번 사태가 해결 된다 하더라도 다가올 리그에 대비해 사태 해결책 이상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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