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성공한 특급 마무리 앞에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었다.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오승환(33)이 선수 생명의 기로에 섰다. 앞으로 내려질 검찰의 결정에 따라 오승환의 선수 인생이 좌우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9일 오전 오승환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최근 불거진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약 5시간의 조사 결과 오승환은 자신의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을 한 사실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억대 도박을 했다는 것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했다는 것은 이미 혐의 입증이 끝났다는 것이다. 아마 ‘언제, 어디서, 얼마를 걸고 이런 도박을 한 것이 사실이냐’라는 추궁이 이어졌을 것이다. 검찰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상황에서 오승환이 이를 피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가 소환 계획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5시간의 조사에서 혐의는 어느 정도 다 드러났을 것이다. 추가 소환하지 않고 곧바로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 액수로 봤을 때 구속 기소가 되지는 않겠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점쳤다. 오승환에 앞서 조사를 받았던 임창용과 함께 일괄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소가 현실화된다면 오승환은 치명타를 맞는다. 오승환에 대한 끈질긴 관심을 보였던 전 소속팀 한신은 오승환의 기소 처분이 사실상 확정되자 발을 뺐다.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를 영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임창용이 삼성으로부터 방출된 상황에서 영입 의사를 보이는 구단은 하나도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오승환의)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삼성을 비롯,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를 감수하고 손을 내미는 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은 것은 미국이지만 기소된다면 이 역시 불가능한 선택지가 될 공산이 크다. 기소가 된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취업 비자조차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잣대가 엄격한 MLB 구단들 역시 한국과 일본 구단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확실하다. 오히려 미국은 오승환만한 대체자가 많다는 점에서 아예 관심을 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일이 모두 등을 돌린다면 오승환은 갈 곳이 사라진다. 특히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최근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네 선수의 수사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죄가 드러나고 기소된다면 모두 구단 및 KBO 차원에서 징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의 경우 공식적인 FA 신분이라는 점에서 KBO의 징계 범위가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협정을 맺고 있는 다른 나라(미국, 일본)로는 갈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히게 된다.
추후 여론의 반응에 따라 징계가 풀릴 수도 있겠지만 ‘처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운동을 쉰다는 것 또한 기량에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적지 않은 나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검찰이 불구속 기소 방침을 확정하는 순간, 그 자체로 은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검찰의 결정에 오승환의 운명이 달렸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상황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