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소방수로 이름을 날렸던 오승환(33)과 임창용(39)이 나란히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오승환은 지난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약 5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서 오승환은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다만 도박 횟수와 억대 금액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도쿄스포츠’ 인터넷판은 10일 한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오승환이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한신도 새 소방수 찾기에 나섰다”라고 전했다.
한신은 그동안 미국 진출을 노리는 오승환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오승환은 지난 2년 간 한신 유니폼을 입고 80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에는 63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41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다. 센트럴리그 세이브 부문에서 토니 바넷과 공동 1위를 기록하면서 한신의 뒷문을 확실히 잠갔다. 그러나 오승환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자 한신도 대안 찾기에 나섰다.

결국 한신 잔류는 불투명한 가운데, 오승환의 선택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기에 한국, 미국 등 어떤 곳도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 지난 8일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오승환 은퇴 위기’라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한신의 협상 중단 가능성이 생겼다. 현재는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본격적인 협상 타이밍에 도박 혐의가 보도돼 거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한 바 있다. 아울러 이 매체는 임창용의 사례도 함께 언급하며 “은퇴 위기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오승환은 명실상부 한국의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지난 2005년 삼성의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 첫 시즌부터 10승 11홀드 16세이브를 올리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2년 연속 40세이브, 그리고 2006년에는 47세이브를 올리며 아시아 최다 세이브(46세이브)를 경신했다. 2007년에는 최단 기간 100세이브를 올리는 등 마무리 투수로 각종 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통산 277세이브로 KBO 리그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2시즌 동안 80세이브를 기록하며 한신의 수호신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선수 생활 위기에 몰렸다.
앞서 삼성의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임창용도 마찬가지. 임창용은 1995년 해태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2년 차 때는 49경기에 등판해 7승 7패 평균자책점 3.22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 잡았다. 1997년 26세이브, 1998년 34세이브를 기록했다. 1999년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 개인 최다인 38세이브를 수확했다. 마무리뿐만 아니라 선발로도 두각을 나타내며 최고의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5년 이후 팔꿈치 수술로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야쿠르트와 계약하며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그리고 첫 시즌부터 33세이브를 올리며 간판 마무리로 등극. 2011년까지 4시즌 동안 128세이브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2012시즌 도중에는 다시 팔꿈치 부상을 당했으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며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 후 2014시즌을 앞두고는 국내 무대로 전격 복귀했다.
삼성은 오승환의 일본 진출로 마침 마무리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임창용의 복귀로 천군만마를 얻었다. 임창용은 지난 시즌 다소 높은 5.8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2004년 이후 다시 한국에서 30세이브 이상(31세이브)을 거두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리고 올 시즌 역시 삼성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5승 2패 33세이브 2.83으로 뒷문을 지켰다. 프리미어12 대표팀으로 뽑히기도 했지만 임창용은 해외 원정 도박 사건에 휘말리며 대표에서 제외됐다. 또한 한국시리즈 명단에서도 제외됐고, 끝내 보류 선수 명단에서도 빠졌다. 사실상 은퇴 위기를 맞이한 임창용이다.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특급 소방수들이 연달아 은퇴 위기에 몰렸다. KBO 리그는 물론이고 일본 무대까지 평정했던 특급 마무리 투수들이기에 그들의 향후 거취는 아쉽게 느껴진다. 또한 현재까지 각각 KBO 리그 통산 세이브 1위(오승환, 277세이브), 2위(임창용, 232세이브)를 마크하고 있는 이들이기에 더 큰 쓸쓸함이 남고 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