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격전장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카고 컵스가 엄청난 승수를 올리며 순위 경쟁을 벌였다. 세 팀이 차례로 100승, 98승, 97승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2번째로 많은 승수를 올렸던 피츠버그는 결국 와일드 카드에 나가는 것에 그쳤고 그나마 컵스에 패해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 캔자스시티는 95승이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 뉴욕 메츠의 승수는 피츠버그의 승수보다 8승이 모자랐다.
이 때문에 지난 정규시즌 막판, 메이저리그가 포스트시즌 대결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았다.

오프시즌의 승자가 반드시 시즌 승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지만) 컵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내년 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지각 변동, 특히 전통의 강자인 세인트루이스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모양새다.
컵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올 FA 중 최고의 포지션플레이어로 꼽히던 외야수 제이슨 헤이워드(사진)과 8년 1억 8,4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컵스는 FA 선발 투수 존 래키와 내야수 벤 조브리스트를 영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전력 보강인데 또 하나 주목할 것이 있다. 바로 래키와 헤이워드가 지난 시즌 세인트루이에서 뛰었다는 점이다.
래키는 지난 시즌 세인트루이스에서 33경기에 선발 등판하면서 218이닝을 던졌고 13승 10패 평균 자책점 2.77을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가장 많은 등판 수와 이닝을 기록했다. 승수는 마이클 와카(17승), 카를로스 마르티네스(14승)에 이어 3번째, 평균자책점은 129.2이닝을 던진 제이미 가르시아(2.43)에 이어 두 번째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아담 웨인라이트가 부상에서 돌아와 내년 시즌 정상적인 등판이 기대되지만 반대로 랜스 린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토미 존 수술을 받아 내년 시즌 복귀가 어렵다.
헤이워드 역시 지난 시즌 세인트루이스 타선의 중심이었다. 4번 타자로 44경기, 3번 타자로 25경기, 5번 타자로 21경기에 나섰다. 우익수로 빼어난 수비를 갖췄고 도루도 팀내에서 가장 많은 23개였다. 타율/출루율/장타율/OPS=.293/.359/.439/.797이었다.
결국 컵스는 지구 라이벌로부터 마운드와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수 2명을 빼와 내 전력을 높이는 것 뿐 아니라 상대전력을 약화시키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게 된 셈이다. 우완 선발 셸비 밀러까지 데려와 이제는 크게 효용이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잭 그레인키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선택했을 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관계자가 “그래도 LA 다저스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한 것과 같은 이치다.
세인트루이스는 2000년 이후 최근 16시즌 동안 모두 12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06년과 2011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아울러 세인트루이스는 돈을 퍼부어 FA를 영입하기 보다는 유망주를 발굴하고 필요한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결과로 내년을 예단하는 것은 이르다. 또 결국은 세인트루이스 역시 팀에 맞는 선발과 외야수를 찾아내 전력을 갖출 가능성이 많다. 이 점은 트레이드를 통해 좌완 선발 존 니스를 영입하고 불펜 투수 후안 니카시오를 영입한 외에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피츠버그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1루와 선발 투수가 더 필요해 보이지만 피츠버그 역시 최대효율을 낼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할 수 있는 프런트의 능력이 있다. /nangap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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