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여동생 가슴에 묻은 로드, 프로정신을 뛰어넘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12.12 20: 06

안양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가 가족 비보를 안고 프로를 뛰어넘는 경지의 정신력을 보였다.
원조 안방불패 서울 SK나이츠가 연장 혈투 끝에 추격자 안양 KGC인삼공사의 홈 16연승을 저지했다. SK는 12일 오후 안양체육관서 벌어진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4라운드 원정 경기서 연장 혈투 끝에 KGC를 96-93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홈 최다 연승 기록을 갖고 있는 SK(27연승)는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역대 2위인 KGC의 홈 연승 행진을 15경기에서 멈춰서게 했다. 시즌 첫 연승을 달린 SK는 10승 19패를 기록하며 공동 8위를 유지했다. 

반면 KGC는 18승 11패, 3위에 머물렀다. KGC는 외국인 선수 로드가 가족 비보(여동생 사망, 남동생 중상)에도 출전을 불사, 더블더블(14점 18리바운드 3도움 2블록)의 전방위 활약을 펼쳤지만 패배로 빛이 바랬다.
로드는 SK전을 앞둔 이날 새벽 비보를 접했다. 미국 현지에 있는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여동생은 사망했고, 남동생은 중상을 입은 것.
김승기 KGC 감독대행은 경기 전 "로드가 괜찮다고 하면서도 계속 울었다"면서 "로드의 큰누나는 미국에 오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본인이 원하면 미국에 보내줄 것이다"고 제 일인양 안타까워했다.
로드는 곧장 미국으로 날아갈 법 했지만 '개인' 대신 '팀'을 택하는 프로정신을 보였다. SK전을 앞두고 선수단에 출전 의사를 통보하며 선두권 싸움에 힘을 보태려 했다.
KGC 선수단도 로드의 두 어깨에 힘을 실었다. 진심 어린 말로 위로하며 근조 리본과 비표를 달고 경기에 임했다. 로드도 경기 전 골대 밑에서 기도를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로드는 경기 시작부터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보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은 채 오롯이 프로정신 하나로 코트를 누볐다. 세상을 떠난 여동생을 가슴에 묻은 로드는 펄펄 날았다. 3쿼터에 이미 더블더블을 달성하며 KGC의 반격과 역전을 이끌었다. 
신도 감동할 로드의 프로정신은 승리의 위로가 되어 돌아올 듯했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KGC는 승부처인 4쿼터서 뼈아픈 실책을 잇따라 범했다.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지만 끝내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연장 종료 직전 로드의 마지막 슛도 림을 외면하며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다./dolyng@osen.co.kr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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