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은 14년 만에 이뤘다. 이제 2연패에 도전하는 동시에 강팀의 면모를 지속하기 위한 기반을 다질 차례다.
2015 시즌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6위로 시즌을 마친 뒤 송일수 감독을 경질하고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는데,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김 감독의 두산은 79승 65패로 페넌트레이스 3위가 되어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포스트시즌 10승 4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두산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많은 선수들의 성장세를 확인하는 수확까지 거뒀다.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오재원, 정수빈 등 많은 선수들이 타격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킨 가운데 김재호가 3할 타율을 넘기며 리그 최강의 9번타자로 거듭났다. 함께 3할을 돌파한 허경민은 리그 전체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타자 중 하나였다. 이외에도 최주환, 박건우, 오재일 등이 커리어 하이를 넘어섰다.

어쩌면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었을지도 모르는 올해 김현수는 두산 타선을 이끈 핵이었다. 그는 141경기에서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으로 프랜차이즈 한 시즌 개인 최다타점 기록을 바꿨다. 양의지도 132경기에서 타율 3할2푼6리, 20홈런 93타점으로 중심타선에 버틴 동시에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했다. 수비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었던 김재호까지 셋은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가 수상하는 골든글러브도 챙겼다.
마운드에서는 국내파의 역투가 빛났다. 유희관-장원준은 최고의 토종 원투펀치였고, 시범경기까지 선발로 나오던 이현승은 복귀 후 마무리투수로 화려하게 시즌을 끝냈다. 함덕주는 기대 이상으로 빨리 성장했고, 허준혁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와 선발진에 생긴 구멍을 메워줬다. 군에서 제대한 진야곱, 이현호도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우승에 일조했다.
특히 유희관은 이번에도 두산 좌완의 역사를 새로 썼다. 18승 5패, 평균자책점 3.94로 시즌을 마친 그는 프랜차이즈 좌완 사상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팀 내 최초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해낸 좌완이 됐다. FA 계약을 맺고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도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로 로테이션의 한 축을 꾸준히 지켰고, 특히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36으로 더욱 호투해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2016년은 수성이 아닌 재도전의 위치에서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냉정히 말하면 정규시즌엔 3위였고, 2위였던 NC는 FA 시장에서 대어 박석민을 영입하며 중심타선을 더욱 강화했다. 반면 두산은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중심타자 김현수의 거취가 아직 불분명하다.
현재까지의 전력으로 보면 NC와 함께 2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는데, 관건은 외국인 선수들, 특히 투수들의 활약도다. 이번 시즌 니퍼트, 유네스키 마야, 앤서니 스와잭이 13승 합작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니퍼트의 재계약만 이뤄진다면 짝을 이룰 마이클 보우덴과 함께 그 이상을 합작해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니퍼트는 아프지만 않으면 혼자서도 13승은 너끈해 해낼 수 있다.
외국인 타자 역시 올해보다 부진할 확률은 적다.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의 합계 성적은 84경기 타율 2할4푼(292타수 70안타), 13홈런 53타점에 그쳤다. 새로 영입될 외국인 타자가 부상만 없다면 훨씬 많이 출전하며 공수 양면에서 이들보다 큰 몫을 해낼 여지가 크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