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눈여겨보지 않았던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이른바 방출 선수들의 시장이다. 어떠한 큰 물줄기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을 본 영입이 이뤄지면서 향후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1월 30일 각 구단들의 보류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은 내년도 연봉 재계약을 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이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지는 선수들은 방출로 정리된다.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어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다.
각 구단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현행 야구규약상 각 구단은 보류선수 63명, 등록선수 65명으로 선수단 정원이 제약된다. 여기에 신인선수들과 같이 새롭게 가세할 선수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불가피하게 매년 5~10명 남짓한 선수들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은퇴를 선언하는 선수, 그리고 재계약 대상 명단에서 제외된 외국인 선수들도 더러 있지만 현역 연장을 희망하는 선수도 제법 많다.

이번 방출선수 시장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롯데의 최영환 영입이 결정적이었다. 한화는 팔꿈치 수술 후 군 복무를 앞두고 있는 최영환을 보류선수 명단에 묶지 않았다가 낭패를 봤다. 육성선수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정식선수 신분을 제시한 롯데가 최영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영환은 2014년 한화의 2차 1라운드(전체 2순위)에 지명될 만큼 유망주였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이 커졌다.
최영환의 경우는 부득이한 사정이 겹친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적잖이 팀을 옮겨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산에서 자리를 잃은 베테랑 우완 투수 이재우는 한화와 계약했다. N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베테랑 왼손 투수 이승호는 친정팀 SK에서 재기를 노린다. kt는 한화에서 풀린 포수 이희근과 SK에서 풀린 내야수 안정광을 영입해 팀 전력 보강을 꾀했다.
그 외에도 몇몇 구단들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의외로 젊은 선수들이나 값싼 비용에 긁어볼 만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당팀에서는 전략적 가치가 떨어져 방출됐지만 타 팀에서는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는 것이 리그다. 보류선수 명단의 여유상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팀을 옮기기는 어렵겠지만 2~3명 정도의 이동은 더 있을 전망이 나온다.
한편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외국인 선수들은 기존 구단의 보유권 없이 자유롭게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당장 영입이 고려되는 선수들은 없지만 시즌 중간이나 향후 재취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올해는 스와잭, 로메로(이상 두산, 전 소속팀 표기), 피가로, 클로이드(이상 삼성), 스나이더(넥센), 브라운(SK), 폭스(한화), 스틴슨, 에반(이상 KIA), 저마노, 옥스프링(이상 kt)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