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리그(2군) 활성화를 놓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마이너리그처럼 독립된 기구로 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만큼, 1군 경기장 활용을 통해 퓨처스리그의 이미지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과 10일 열린 ‘2015 KBO 윈터미팅’의 주요한 논제 중 하나는 퓨처스리그 활성화였다. 현재 구단의 ‘팜’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퓨처스리그의 덩치를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퓨처스리그에 대한 장기적인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내심 구단과 여론의 관심이 절실했던 KBO 또한 이를 반기면서 물밑에서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아직은 갈 길이 먼 이야기라는 데도 모두가 동의한다. 퓨처스리그가 독립된 리그로 가기 위해서는 리그에 그만한 흥행 파워와 자생력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관중 수입, TV 중계권료로 돈을 벌어 들어야 가능한 일인데 현재 구조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에 KBO의 주체들은 “차근차근 퓨처스리그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 중 1군 경기장 활용 방안은 당장 실현할 수 있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방안으로 손꼽힌다.

현재 퓨처스리그는 팬들의 접근성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혹서기를 제외하면 대개 오후 1시에 경기가 열린다. 많은 이들이 직장이나 학교에 있을 때다. 퓨처스리그 경기장의 열악한 관람 시설은 둘째치더라도, 경기장도 외딴 곳에 있어 찾아가기도 어렵다. 각 구단들이 2군 경기장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토지 보상비 등 비용 문제 때문에 한적한 곳에 시설을 지었기 때문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현재 퓨처스리그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TV 중계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방송사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남는 1군 경기장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즌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1년에 6~9경기 정도는 각 구단의 1군 홈구장에서 치르자는 방안이다. 1군 팀이 원정을 떠나는 날을 활용하면 일정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 경우 야간 경기도 치를 수 있다. 퓨처스리그의 한 감독은 “2군 선수들이 1군에 올라와 가장 애를 먹는 것이 야간경기에 대한 적응도다. 야간경기 경험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면서 1군 경기장 활용을 지지했다.
이 경우 팬들도 좀 더 쉽게 퓨처스리그를 찾을 수 있다. 구단도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 검토할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2군 선수들의 1군 경기장 적응을 돕고, 선수들과 팀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1년에 10경기 미만의 편성이라면 구단에서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예전 시범경기처럼 상징적인 입장료(1000원)를 받는 것도 고려할 만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1군 경기장은 방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예 남는 지방의 1군 경기장을 활용해 퓨처스리그 제전을 펼치자는 주장도 나온다. 매년 일정기간 퓨처스팀들이 한 도시를 번갈아가며 방문, 퓨처스리그 경기를 펼쳐 지역민들의 관심을 이끄는 것이다. 삼성의 제2구장인 포항, 롯데의 제2구장인 울산, 한화의 제2구장은 청주 등은 당장 1군 경기를 치를 수 있지만 연고지에 우선적으로 배분되는 일정 탓에 1년에 비는 날이 많다.
경기장 사용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약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어차피 비는 경기장을 일정 기금을 내놓고 활용하겠다는 데 반대할 명분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전망이다.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상황에서 퓨처스리그가 내년부터는 팬들의 야구 일상 속에 좀 더 가까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