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새 외국인 선수인 파벨 모로즈(28, 205㎝)가 V-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기량에 대한 부분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적어도 인상 측면에서는 ‘역대급’이라고 할 만 했다. 팬들의 흥미를 모을 만한 캐릭터가 V-리그에 등장했다.
부상을 당한 마이클 산체스를 대신해 최근 대한항공의 새 외국인 선수로 낙점된 모로즈는 1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팬들에게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산체스의 부상 기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한 대한항공으로서는 모로즈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경력은 화려했다. 러시아 대표팀의 라이트 공격수라는 이력이 이름 앞에 달려 있다. 모로즈가 명성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대한항공의 재비상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아직 동료들과의 호흡이 잘 맞지 않다는 점은 명백히 드러났다. 자신이 원하는 타점에서 공을 때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과 경험은 어디 가지 않았다. “산체스보다 타점은 낮지만 강약 조절을 잘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많은 득점이 가능한 스타일”이라는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 그대로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빈틈을 찾아 공을 달래 때릴 줄 안다는 느낌을 줬다. 여기에 힘은 확실히 장사였다. 스윙이 빠르고 힘이 좋다보니 블로커들의 손에 맞고 크게 튕겨 나가기 일쑤였다.

이날 모로즈는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30점을 올렸다. 1세트의 불안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전체 공격 성공률은 65%에 이르렀다. 훌륭한 공격 지표에 블로킹도 3개를 보태며 공·수 양면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냈다. 첫 경기임을 감안하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성적이었다. 한선수와의 호흡이 더 완벽해지고 대한항공의 팀 컬러에 녹아든다면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코트 위에서의 화려한 세리머니는 단번에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러시아에서 뛰던 시절부터 자신의 감정 표현을 주저하지 않았던 모로즈는 한국에서도 그런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갔다. 공격에 성공한 뒤에는 비행기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고, 자신의 팔뚝을 자랑하기도 했다. 블로킹 득점 후에는 손을 귀에 갖다 대는 ‘헐크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김종민 감독은 모로즈의 성격에 대해 “최고다. 파이팅이 좋고 선수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실제 모로즈는 이날 목청이 남아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파이팅이 넘쳤다. 동료들의 득점도 마치 자신의 득점처럼 기뻐하며 기를 살렸다. 상대 팀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라면 이런 몸짓은 동료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모로즈의 파이팅에 전염된 듯 대한항공 선수들도 평소보다 적극적인 몸놀림으로 뭉쳤다. 이런 달라진 대한항공의 분위기는 결국 3-1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skullboy@osen.co.kr
[사진] 천안=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