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데뷔전을 가진 파벨 모로즈(대한항공)가 옛 동료와의 재회에서 완승을 거뒀다. 오레올 까메호와의 승부에서 완승을 거두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모로즈는 1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V-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아직 여러 부분에서 자신의 100%를 보여줄 수는 없는 시기였지만 기대대로였다. 모로즈는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인 30점에 65%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의 주포로서 기대치를 채웠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 오레올은 2세트 이후 급격하게 활약상이 처지며 17점에 그쳤다.
러시아 대표팀 출신의 라이트 공격수인 모로즈는 연습 도중 부상을 당한 마이클 산체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최근 대한항공과 시즌 임대 계약을 맺고 한국에 들어왔다. 아직 여독이 완전히 풀렸다고는 할 수 없고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다. 리그 적응도 필요하다. 당장 100%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엄연한 V-리그 데뷔전이었다. 기대도 몰린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반대편 코트에 있는 선수가 오레올 까메호였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에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로코모티브 노보시비리스크의 공격수들로 나란히 활약했다. 모로즈는 라이트로 뛰었고, 오레올은 레프트 포지션을 소화했다. 서로의 장·단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친분도 있었지만 이제는 적으로 만난 만큼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됐다. 경기 중 흐름이 잠시 끊길 때는 대화나 악수를 나누기도 했지만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은 적지는 않을 법했다.
오레올은 이날 경기 전까지 15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59.3%를 기록하며 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공격 비중이 적기는 하지만 블로킹과 수비, 2단 연결 등 다방면에서 만능 재주를 발휘하며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다. 국제 대회에서의 전체적인 명성은 모로즈가 조금 앞서 있을지 몰라도 리그 적응도는 확실히 뛰어났다.
1세트에서는 이런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평소에 비해 전투력이 높아진 듯 보였던 오레올은 1세트에서만 8점을 기록하며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이끌었다. 11-10에서는 연속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반면 모로즈는 세터 한선수와의 토스, 그리고 대한항공의 팀컬러에 익숙하지 않은 듯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1세트에서는 6점, 공격 성공률 46.15%에 그쳤다.
그러나 모로즈는 역시 기본적인 기량이 있는 공격수였다. 자신이 원하는 타점에서 공을 때리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공을 잘 달래며 야금야금 득점을 추가해나갔다. 2세트 들어 블로킹 득점 2점을 포함, 9점을 올렸다. 2세트 공격 성공률은 63.64%였다. 기세를 탄 모로즈는 3세트 들어서는 오레올에 압도적인 우위를 뽐냈다. 오레올이 거의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것(1점)에 비해 모로즈는 서브와 블로킹까지 터뜨리며 현대캐피탈의 기를 죽였다. 공격 성공률은 85.71%에 이르렀고 8점을 보탰다.
오레올은 4세트 들어서도 이렇다 할 반등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반면 모로즈는 차분하게 점수를 쌓아가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두 선수의 활약상에 팀 성적도 엇갈렸다. 현대캐피탈은 오레올이 활약한 1세트를 잡았지만 모로즈의 기세에 눌려 남은 3세트를 모두 내주고 역전패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천안=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