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의 강한 스파이크도, 양효진의 타점 높은 블로킹도 없었다. 그러나 공을 향한 발걸음과 눈길은 프로선수들보다 더 순수했고 또 정직했다. 전국적으로 유소년 배구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배구계의 어른들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뚜렷하게 확인했다. 그리고 이 미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교훈도 가슴 속 깊이 담았다.
12일과 13일 아산이순신체육관은 배구 꿈나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한국배구연맹(KOVO)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아산시가 후원한 ‘제7회 KOVO컵 유소년배구대회’가 만들어 낸 열기였다. 전국 각지에서 예선전을 치른 배구 꿈나무들은 중학년(초등학교 3~4학년)과 고학년(초등학교 5~6학년)으로 나뉘어 12일과 13일 본선을 치렀다. 어린이들은 물론 학교, 그리고 학부모들의 열띤 응원까지 이어지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유소년배구대회’는 배구 저변을 확대하려는 KOVO의 야심작이다. 매년 두 번씩 대회를 치러 벌써 7회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하루 일정에 예선과 본선을 모두 치를 정도로 규모가 작았지만 지금은 전국 40개의 초등학교가 참여하는 대회로 성장했다. 지난 11월 수원·대구·안산·전주에서 벌어진 예선전을 통과한 팀들이 이번 본선에 참가해 조별 라운드 및 토너먼트제 병행 방식으로 우승컵을 놓고 다퉜다.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승부보다는 재미에 더 중점을 둔, 순수 아마추어 아이들이다. 이들은 중·고등학교 엘리트 팀에 속해 전문적으로 배구 선수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한 것이 아니다. 그저 초등학교에서 삼삼오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놀이를 하는, 동네 공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들이다. 결과라는 무거운 짐에서 한걸음 비껴난 아이들은 열심히 공을 쫓아다니며 배구라는 스포츠 자체를 즐겼다. 배구계의 어른들이 가장 바라는 모습이기도 했다.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해 이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KOVO는 이번 행사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공을 들였다. 책자부터 남달랐다. 이번 본선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의 프로필과 사진을 담았다. 오히려 프로선수들이 나서는 KOVO 행사 책자보다 훨씬 더 두꺼웠다. KOVO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사진과 이름이 나오는 것을 참 좋아하더라.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지금 단계에서는 ‘승부’보다는 ‘추억’이 중요하다는 KOVO의 신념과 방향이 담겨져 있는 좋은 사례다.
비용도 전액 지원하고 있다. KOVO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구를 즐기는 데 있어 전혀 지장이 없도록 장비와 용품을 지원 중이다. 단순한 현물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KOVO에는 40개 초등학교 아이들을 지도할 20명의 전문 지도자들이 있다. 현역 프로 출신도 더러 있다. 이들이 일주일에 3차례씩 학교를 찾아 배구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 구단들도 힘을 보탠다. 팀당 연고지 초등학교 두 팀을 정해 유니폼 및 용품을 지원하며 미래의 꿈나무들에 대한 관심을 아끼지 않는 중이다.
이에 학교와 학부모들도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운동량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학교 측은 KOVO가 학교 체육 활성화의 좋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몸싸움이 없어 다칠 위험이 적은 배구라는 종목 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일부 다른 종목에 여전히 남아있는 비용 부담이 없다는 것 또한 반긴다. 이날 대회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체육관을 찾아 아이들의 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결과는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았다.
수준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KOVO 측의 설명이다. 이영호 KOVO 제도개선팀장은 “지난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대전 신계초등학교는 대한배구협회가 주최하는 전국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KOVO컵에 참가했던 5개 팀이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라고 설명했다. 대전 신계초등학교는 이번 대회에서도 고학년부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으로 떠올랐다. 진주 금호초등학교가 고학년부 준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중학년부에서는 서울 목동초등학교가 우승, 진주 금성초등학교가 준우승을 기록하며 값진 추억을 쌓았다.
이 팀장은 “기본적으로는 배구의 저변 확대에 목표가 있지만,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이 엘리트 체육으로 진출하며 인재풀을 넓히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현재까지 40개 학교 1940명 정도가 소속되어 있는데 내년에는 10개 팀 정도를 더 늘려 2500명에 보급하는 것이 단기 목표다”라면서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 증액은 이미 확정돼 10억 원에 이를 예정이다. 선수들이 늘어나는 만큼 전문 지도자도 더 뽑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청사진을 드러냈다. /skullboy@osen.co.kr
[사진] 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