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출범 이후 프로배구는 양질 모두 팽창을 계속해왔다. 양적으로는 팀이 늘었고, 질적으로는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들의 가세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왔다. 이제는 겨울스포츠의 대부격이었던 프로농구와의 격차도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는 것이 스포츠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경기당 평균관중, 시청률 등은 이를 증명하는 지표다. 시청률은 이미 농구를 뛰어넘은 지 꽤 됐다.
그런 프로배구가 ‘갈림길’에 섰다는 표현은 이상할지 모른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프로배구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지난 10년의 성공을 뒤로 하고, 앞으로의 10년을 향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간 쌓아 둔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팬들의 평가는 매우 냉정하다. 흥미가 떨어지면 언제든지 등을 돌린다. KOVO의 위기의식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2014-2015시즌을 앞두고 KOVO는 출범 10주년을 맞아 ‘미래비전선포식’을 가졌다. KOVO의 수장인 구자준 총재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발표에 나섰다. 그만큼 KOVO가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른바 ‘설매화 전략’으로 의지를 대변한 KOVO는 2025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5가지 성과를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저변 확대를 통해 남자 1800명, 여자 1200명의 유소년 선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네 가지는 모두 당면한 목표였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른 유소년 육성은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KOVO는 이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11월 예선전을 시작으로 12월 12일과 13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제7회 KOVO컵 유소년배구대회’는 그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어느덧 40개 학교, 1940여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큰 대회가 된 유소년배구대회는 ‘운동부’를 중심으로 하는 엘리트 체육과는 차별화된 풀뿌리 배구의 집약체다. 배구가 좋아 순수하게 운동을 시작한 아이들은 물론 학교와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아 성장 가능성도 뚜렷하게 확인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KOVO가 치밀하게 움직인 결과였다. 현재 KOVO는 팀들에 기본적인 용품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 20명의 전문 지도자들이 팀을 맡아 주 3회 정도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KOVO는 현재 1940명 정도인 아이들을 내년에는 2500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 하에 인력 충원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매년 3~4회씩 KOVO 관계자들과 지도자들이 모여 워크샵도 진행한다. 통합교육은 물론 강의시연, 그리고 더 좋은 교육방법이 있는지를 토론한다. 예산도 올해 7억5000만 원에서 내년 10억 원 가량으로 증액할 예정이다. KOVO 내에서 사업 예산이 이렇게 계속 증액되는 부문은 드물다.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만큼 학교 당국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교육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KOVO는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전용 교본의 개정을 앞두고 있다. 대한배구협회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실정과 나이대에 맞는 교육 커리큘럼을 정비 중이다. 교본이 완성돼 체계적으로 배포된다면 일선 학교에서도 수월한 수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9인제 배구를 통해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개인 능력에 대한 비중이 적은 팀 스포츠라는 점에서 학교 측의 반응도 뜨겁다. 몸싸움이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스포츠라는 것도 주목받고 있다.
이영호 KOVO 제도개선팀장은 “기본적으로 배구 저변이 확대되어야 한다. 배구 인구가 많아야 엘리트 선수들도 많이 나온다. 설사 전문적인 배구인의 길을 걷지 않더라도 이 아이들이 미래의 팬들이 될 수 있다”라면서 “유소년 배구에 대한 관심이 다소 미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배구계가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미래다”라는 말은 정부 슬로건이 아닌, 배구계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다. 갈림길에 선 배구가 아이들에게 길을 묻는 것은 어떤 면에서든 현명한 첫 발걸음이라고 할 만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