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르포]오승환 잊는다…냉랭해진 한신 팬심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12.14 05: 59

오승환(32)과의 결별설을 접한 한신 타이거스 팬심이 차갑게 식고 있다.
한신의 요쓰후지 게이지로 구단 사장은 지난 12일 오승환과의 협상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당초 한신은 지난 2년간 한신의 뒷문을 든든히 지킨 오승환과의 재계약을 강력히 원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을 때도 한신은 마지막까지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그만큼 오승환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최근 오승환이 해외원정불법도박 혐의로 검찰에 출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신은 재계약 의사를 전면 철회했다.
기자는 한신이 오승환을 공식 포기한 지난 12일 한신의 홈구장 고시엔을 찾았다. 한신의 차가워진 팬심은 고시엔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한신의 승리를 책임진 ‘구원왕’ 오승환은 한국 팬은 물론 일본 팬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선수였다. 구단 공식용품점 ‘타이거스 숍’에서 오승환 관련용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제 용품점에서는 오승환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유니폼, 티셔츠, 열쇠고리 등 선수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진 각종 용품들이 등번호순으로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그런데 유독 22번 오승환의 자리만 텅 비어있었다.
매장 직원은 “오승환 관련용품을 전부 내리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오승환 관련 용품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 선수가 타 팀으로 이적하면 해당선수의 용품은 싼값에 재고정리를 한다. 그런데 오승환의 경우 불법도박에 연루됐기에 남아있는 상품조차도 팔지 않기로 한 것. 오승환을 열렬히 원했던 한신의 마음이 크게 돌아섰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용품점에서 만난 한신 팬은 “오승환이 지난 2년 동안 한신의 마무리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오승환이 한신과 재계약을 꼭 해줬으면 했다. 오승환이 비록 한신을 떠나지만 큰 꿈인 메이저리그에 꼭 진출하길 바랐다. 그런데 불법도박을 했다니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오승환의 흔적은 고시엔구장 곳곳에 남아있었다. 외야 불펜에 가보니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대형사진이 펜스에 걸려 있었다. 한신 팬들이 오승환이 몸을 푸는 것을 구경하며 승리를 기원했던 장소다. 하지만 이제 오승환이 한신을 떠나면서 불펜의 대형사진도 철거될 운명이다.
고시엔에는 ‘역사박물관’이 있다. 일본고교야구와 한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한신 타이거스 마지막 코너에 가보면 오승환 기념코너가 있다. 오승환이 기증한 모자, 유니폼, 스파이크, 글러브가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오승환의 손 모양을 뜬 청동상도 있다. 지난 2년 간 오승환이 거둔 성적도 잘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오승환이 투구동작을 비디오로 보여주는 코너도 있다. 한신이 오승환을 얼마나 각별히 생각해 큰 의미를 부여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로 이적하더라도 고시엔박물관에 오승환의 흔적은 계속 영광스럽게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법도박사건이 터지면서 오승환과 한신의 마무리는 좋지 못하게 됐다. 일본프로야구는 불법도박에 대해 엄중한 기준을 들이댄다. 만약 오승환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오승환 코너 또한 박물관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래저래 오승환과 한신의 결별은 좋지 못한 모양새로 흐르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오사카=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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